화장품

화장품 H&B숍과 편집숍에 넛지 마케팅 주목

‘오픈 판매’에서 쇼퍼의 편안함과 프라이버시 보장 등 넛지 효과 기대

올해 노벨경제학상에 행동경제학 권위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받으면서 ‘넛지 마케팅’이 화장품 업계에서 화제다.


'넛지(nudge)'는 우리나라에서도 4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남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그림을 그려놓았더니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줄었다. 요즘 화장실에 가면 파리 그림이 그려진 이유다.


의사가 수술로 살아날 확률이 90%라고 할 때와 죽을 확률이 10%라고 말했을 때, 죽을 확률을 말한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을 거부한다.


범죄도시로 유명했던 뉴욕시가 할렘가 유리창을 갈아주고 지하철 낙서를 지속적으로 청소하자 범죄율이 크게 감소했다는 등의 정책을 편 것도 넛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넛지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 세일러 교수는 “사람들은 △바쁘고 △정신없고 △게으르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하게 만들고 싶으면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 되고 이를 위해 △장애물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넛지 효과를 마케팅에 접목한 게 ‘넛지 마케팅’이다. 기존 마케팅이 상품 특성을 강조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한다면 넛지 마케팅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도록 접근한다. 선택의 자유는 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일러 교수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의 힘을 넛지”라고 정의했다.

 

2초 이상 머물도록 넛지 효과 고려한 매장 꾸미기

 

'쇼핑의 과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파크 언더힐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구매하기 전에 관찰을 좋아한다고 한다. 특히 신제품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다.

 


화장품을 구입한 여성이 포장을 읽는 시간에 관한 데이터를 보면 얼굴 세안제 13초, 피부 보습제 16초, 비누 11초, 샤워 젤 5초, 자외선차단제 11초, 여드름 치료제 13초가 걸렸다.

 

포장을 읽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시간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고객이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단 2초도 그 자리에서 머물지 않는다.

 

파크 언더힐은 “매장 관리자는 뒤쪽에서 누군가와 부딪치지 않고 쇼핑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고, 부정적이라면 공간 구성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남성은 별 생각 없이 실내에서 가장 분주한 앞쪽 테이블을 선택하지만, 여성은 빅맥을 내려놓을만한 장소를 발견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뒤쪽 테이블로 향하는 점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된다.

여성 쇼퍼의 습관을 관찰하기 좋은 곳이 화장품 전문점. 화장은 사적인 활동이다. 화장품이 주로 벽이나 가려진 곳에 진열된 이유다. 마음이 편해지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려면 약간의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최근 올리브영은 명동과 부산 광복에 이어 서울 강남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체험용 공간 확대라는 변신을 시도했다.

 

LG생활건강은 20여 개 브랜드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네이처컬렉션’ 편집숍을 확장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편집숍은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구매 패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유통 채널로, 단일 브랜드숍에 비해 폭넓은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브랜드숍과는 달리 편집숍과 H&B숍은 ‘오픈 판매’로 소비자들은 직원에게 묻지 않아도 화장품 가격을 알 수 있다. 반면 매장에서는 비싼 가격으로 인한 충격을 줄여야만 매상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바쁘고 △정신없고 △게으른 소비자를 →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장애물을 제거하는 ‘넛지 마케팅’이 화장품 매장에서 주목 받는 이유다. 쇼핑하는 고객은 정면을 회피한다거나 고객의 손을 자유롭게 하라 등도 심리적 효과를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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