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파일] 누구를 위한 ‘입국장 면세점’ 인가?

27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 발표, 업계 관계자 “면세품 한도 상향 빠졌다”
해외여행객 면세 한도 위반 올해 상반기만 11만 건 껑충… 면세 한도 규제 완화 적극 검토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검토를 지시했던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확정되자 화장품 업계의 우려가 크다. 가장 기대했던 휴대품 면세 한도 상향이 무산돼서다. 결국 정부는 면세품 한도를 현행 600달러로 유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7일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을 결정했다. 이 계획안에는 면세품 한도 상향 조정 내용은 없다. 



#1. 일본·중국보다 턱없이 부족한 ‘면세품 한도액’

기재부에 따르면 국민 81.2%가 여행 불편 해소를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 운영을 찬성했고 판매 희망 품목으로 화장품·향수(62.5%)를 가장 원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높은 지지율을 입국장 면세점 추진의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현행 600달러 고수를 결정한 정부 방침에 업계 관계자들은 “입국장 면세점 추진은 ‘속 빈 강정’이 됐다”고 푸념했다. 면세품 한도 상향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과 함께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재 전 세계 88개국, 333개 공항 중 73개국, 149개 공항에서 여행객 편익 제공 및 해외소비 전환 등을 목적으로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 중이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작년 4월 재무성 지침으로 최초 도입 후 올해 6월까지 4개 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2008년 베이징과 상해에 최초 허용한 중국은 입국장 면세점을 2016년 19개 추가했다. 

일본과 중국은 입국장 면세점 확대에 적극적이다. 면세품 구입 한도액이 높게 책정돼 있어서 가능했다. 일본은 약 1800달러, 중국은 약 1160달러 선이다. 600달러가 한도인 우리나라보다 많게는 3배까지 차이난다.

화장품 관계자는 “내국인 관광객의 면세품 구매 한도를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결국 출국장 면세점의 매출을 나눠 가지는 셈이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2. 입국장 면세점, 중견·중소기업 위한 공간 조성 강조

정부가 면세 한도 확대 대신 내놓은 대안은 내년 6월 개장하는 입국장 면세점을 중견·중소기업의 발전을 이끄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 

우선 입국장 면세점 운영업체 선정은 중소·중견 기업에 한정하도록 조치했다. 면세점 빅3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인천공항 출국장 내 중소 혁신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중소기업 명품관’ 설치를 강조했다. 

명품관인 (가칭) ‘K-Made 플래그숍’에 입점한 중소 혁신제품은 입국장 면세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또 입국장 면세점의 20% 이상을 중소·중견 기업 제품으로 구성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품목수 제한 및 협소한 매장면적 등을 고려해 2019년 2월 최종 확정한다. 

입국장 면세점의 임대 수익은 저소득층 대상 조종사 자격 취득 지원, 항공산업 일자리 창출 등 공익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내년 3월까지 인천공항공사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내년 전체적인 입국장 면세점의 시범운영 및 평가는 인천공항에서 진행한다. 6개월간 인천공항 시범 운영·평가 후 김포 및 대구 등 전국 주요 공항으로 확대한다. 단계적 도입을 위해 ‘세관-검역-출입국-공항공사’ 등으로 구성된 유관기관 협의체를 추진한다. 



입국장 면세점으로 야기될 세관·검역기능 약화 및 혼잡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으로 인한 혼잡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구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수하물 배출구 조정, 펜스설치 등 인접 시설 개선도 고려 중이다. 인접 수하물 수취대는 140인승 이하의 소형 항공기 위주로 배치하고 차단봉을 설치해 일반여행객과 면세점 이용자 동선 분리도 고려하고 있다.

#3. 내국인 관광객 면세 위반 급증, 한도 600달러 비현실성 지적

입국장 면세점 계획의 빅픽처 중 하나는 해외소비의 국내 전환이다. 즉, 해외 면세점에서 물품 구매로 새는 비용을 국내로 유입하기 위해 입국장 면세점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쓸 수 있는 금액이 늘어야 입국장 면세점에서 내국인 관광객 구매가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에 정부가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우리나라의 면세 한도가 지닌 문제점이 면세 한도 위반 건수와 과세액 상승을 야기시킨다는 근거도 제시됐었다. 

8월 12일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여행객 면세 한도 위반 현황’에 따르면 작년 18만 6351건이 적발됐는데 2016년보다 4만 건 이상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벌써 11만 3391건에 육박했다. 한도 위반 과세액도 2016년 243.2억원에서 2017년 305.5억원으로 껑충 뛰더니 2018년 상반기만 210.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높아진 소득 수준에 비해 600달러라는 면세 한도의 ‘비현실성’을 가리키는 수치다. 

17년 만에 성사된 입국장 면세점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를 위한 ‘입국장 면세점’ 인지 정부가 되짚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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