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스크와 기업의 자세

[CNC NEWS 칼럼] 인위적으로 형성된 장벽은 언젠가 무너져…‘위기를 기회로’
브랜딩 전략과 ‘명품’으로 포지셔닝한 시세이도가 주는 교훈

동북아시아는 한·중·일, 글로벌 경제 10강 중 3강이 몰린 치열한 경합장이다.


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플란은 〈지리의 복수〉에서 “세계화는 확실히 ‘지리’나 ‘국경’의 중요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리는 잊힐 수는 있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영원한 것은 지도상에 나타난 인간의 입지뿐이다.…모든 역사는 지리 위에서 완성된다. 21세기 역사는 그 역사의 반복일 뿐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동북아의 정치 리스크는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의 정치 리스크로 인한 피해는 숙명처럼 느껴지게 한다.



#1 한·일 리스크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시코쿠의 버라이어티샵 체인인 찰리가 한국제품 취급 중지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일본 현지 매장을 운영 중인 A 대표는 “아베 총리와 고노 외상이 ‘판결 유감’을 공개 발언하는 가운데 일본 내 여론은 아베 논리로 움직이고 있어, 혐한으로 번질까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 일본 정부의 반발은 예견됐지만, 일부 일본 K-pop 팬들이 한국에 등을 돌리고 극우세력의 혐한 기류가 강화될까 우려스럽다. 이미 2012년 일본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판결이 이뤄진 다음해부터 한국에 대한 일본 투자, 그리고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준 바 있다.


국가 간의 정치 리스크 피해는 의존도에 비례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쪽이 이기는 패를 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승패가 갈라지지 않는다. 해소책으로 전쟁이 대안이 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간에 경영자에게 정치 리스크는 때론 치명적일 수 있다.


A대표는 일본 현지 매장이 혐한 시위의 무대가 되면서 큰 위기에 빠진 적이 있다. 또한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가 3조원 피해를 입고 철수하고, 롯데월드 허가가 승인되지 않는 등 중국 정부의 롯데에 대한 핍박은 계속 진행형이다.


#2 한·중 리스크


또 다른 정치 리스크인 중국의 사드 보복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두 차례 한·중 정상회담에서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실행은 한국의 태도에 따라 엿가락처럼 중국 마음대로다.


중국은 무역의 무기화(China’s weaponization of trade)로 정치적 이슈를 무역, 경제와 연관시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종종 보여왔다. 센카쿠 분쟁(2010, 2012)에서 보듯 중간재보다 소비재에 더 큰 피해를 준다. 주지하다시피 사드 보복의 가장 큰 피해는 관광업과 화장품업이 컸다.


본지가 24개 상장사 대상 2017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16년 대비 매출은 2% 감소했다. 22개사의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그중 4개사는 적자전환, 나머지는 평균 36%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액이 9124억원으로 추산됐다.


한국무역협회의 ‘사드 갈등이 남긴 교훈’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8월 중 화장품 수출 증가세는 16.4%로, 그전 5년간(2012~2016) 연평균 188.2%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떨어졌다.


#3 시세이도의 리스크 극복 사례


반면 피해를 교훈 삼아 반전을 삼은 예도 있다. 바로 일본 화장품산업이다. 시세이도는 오랜 기간 축적된 소비자 신뢰로 위기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폈다. 즉 우리나라처럼 단기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단기간 시장 석권을 시도하지 않았다.


시세이도의 전략은 ①10여년에 걸친 단계적 시장 진출 ②중국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브랜드 출시 ③사회공헌 활동 ④반일 감정에서 자유로운 신소비층 공략 등이다.


먼저 중국의 기술원조 협력을 통해 기술제공, 합작법인 취득을 10여 년 동안 추진했다. 1994년에는 중국 여성의 피부나 수요를 연구해서 개발한 중국 전용 브랜드 ‘AUPRESS’를 론칭, 도시 중산층 겨냥 가격+백화점 루트로 고급화장품 이미지 유지로, 중국 브랜드 인식 효과를 줬다.


셋째 올림픽 협찬, 나무심기 등 사회공헌 활동으로 브랜드 인지도 확산과 중국 여성에게 친숙하고 오래된 명품 화장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넷째 중국의 주소비층으로 떠오른 8090 세대는 반일 감정에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활용, 타깃을 젊은층으로 변경하고 전자상거래 비중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중국 매출의 23%가 온라인 채널에서 나온다.


그 결과, 사드로 K-뷰티가 주춤한 사이 시세이도의 매출 추이는 10%(‘15)→11.4%(’16)→17.4%(‘17 상반기)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또 다른 일본 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에서 ‘아세안 온리(ASEAN only)'로 방향 전환했다. 중국 비중을 꾸준히 줄여나가 이제는 중국 정치 리스크에 휘둘리지 않는다. 최근 중국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 하락‘, ’J-뷰티 귀환‘의 엇갈린 그래프가 그 반증이다.


무역협회는 ”▲중국의 무역 무기화에 대비 항시적인 리스크 관리 구축 ▲한류 프리미엄 소멸을 전제한 마케팅 전략 수립 ▲중국 의존도 줄이고 시장 다변화 ▲1,2선 도시 외에 3,4선 도시 공략 ▲중국 디지털 경제 확산에 대응 ▲밀레니얼 세대 타깃 마케팅 ▲중국 로컬브랜드에 대한 대비책 마련 ▲준법 경영으로 리스크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중·일 정치 리스크는 향후 언제라도 재발 조짐이 크다. ”명품은 국경이 없다“는 말처럼 영원한 숙제인 브랜딩이야말로 기업의 명운을 쥐고 있다는 점을 경영자들은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카플란은 “물론 일을 꾸며나가는 것은 인간이고 그 배경에 지리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처럼 인위적 힘으로 형성된 벽은 사라질 것이며, 한국의 휴전선도 매우 빠른 속도로 통일의 힘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인위적인 정치 리스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세이도 사례처럼 기업이라면 ’브랜드‘에 더욱 집중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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