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장 화면에 '지피지기 2018년 중국 화장품 브랜드 TOP 20'이 떴다. ‘중국 비즈니스 문화와 화장품기업’을 강의한 진리(陳莉) 국립외교원 강사는 돌연 “이중에서 중국 화장품기업 이름을 몇 개나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1 “중국 화장품기업 이름을 몇 개나 알까?”
3월 13일 오후 7시, 중소기업의 대표·임원 20여 명이 총총 걸음으로 들어선 화수협(한국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의 ‘중국수출사관학교’ 강의장. 회사 내 중국통이라던 그들은 움찔했다. 기자도 숱하게 자료를 봤지만 ‘중국 화장품기업’ 이름을 몇 개 알아볼 수 없었다.
진리는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K-뷰티의 적은 누구입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는데, 왜 중국 소비자의 생각과 정서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가요?”라며, “한국 기업이 마케팅을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강의의 주제를 ‘지자불혹(知者不惑, 아는 자가 미혹되지 않는다)’이라며 중국 최신 동향을 전했다. 최근 K-뷰티의 잇단 중국 철수 소식을 접하며 ‘한국기업들은 중국 사정을 정말 모르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기에 충분했다.
#2 면세점업계 2분기부터 주목
최근 하이난섬에서 열린 세계면세협회 컨퍼런스에서 중국 국영 면세점업체인 CDFG의 찰스 첸 회장이 “작년 한국 면세사업의 뷰티제품 매출 절반은 따이공 매출“이라며 “한국 면세시장의 절반은 사실상 중국 것”이라고 도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은 하이난섬을 중국 관광특구로 지정, 면세점을 신설했으며 작년 매출은 15억달러를 넘었다. 첸 회장은 홍콩과 마카오, 베이징과 다른 중국 도시의 시내 면세점 추가 개설계획을 밝혔다.
IBK투자증권 안지영 부장은 중국 화장품 전문가와 국내 면세점 밴더와의 미팅을 통해 “올해 1~2월 국내 면세점 내 소규모의 중국 따이공은 대부분 축소됐으며, 거래도 글로벌 대형 브랜드와 중국 내 온·오프라인 대형 거래 채널 브랜드 위주로 거래가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된 이유는 지난 3월 1일부터 중국정부가 티몰, 징동 등의 보세창고 조사 진행 중이며, 세관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따라 국내 면세점과 거래하는 중국 대형 웨이상들 역시 국내 화장품 밴더에게 4월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구체화를 예고했다.
올해 면세점의 브랜드별 화장품 거래 현황은 글로벌 브랜드의 강세,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의 하향, 중소형 K-뷰티의 직격탄으로 요약된다. 즉 글로벌(20~30%→50%) 〉 LG+AP(60%→40%) 〉 중소형 K-뷰티(10%→?) 추세다. 대형 브랜드는 중국 공식채널을 통해 입증이 되지만 중국 현지 공식 채널이 없는 소형 브랜드는 100% 밀수 거래로 간주돼 통관거절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
한편 중국 현지 화장품회사를 운영 중인 관계자는 “2019년 세무국의 2대 이슈가 개인소득세법 개정과 전자상거래법이다. 1분기 개인소득세법 관련 정비 중, 2분기부터 전자상거래법 관련 사항 규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략 4월경부터 타오바오와 웨이상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세무국 직원에게 직접 들은 얘기”라고 소개했다.
실제 타오바오 PC버전에서는 점포명 부분에 사업자등록 신고 여부를 알 수 있는 링크가 새로 생겼다. 영업집조(사업자등록증)의 등록이 단속대상이다. 그는 “하반기쯤에는 세금의 정확도와 관계없이 세금을 일부라도 냈는가, 내지 않았는가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예전처럼 타오바오도 전체 매출의 일정부분을 신고만하면 크게 단속하지 않을 거라는 것. 다만 타오바오 데이터는 누계 기록이 남아 조작이 어려워서, 후에 소급해서 세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형 점포의 고민이 크다고 한다.
그는 “올해는 세무국의 집중관리 외에 빠르면 하반기부터 해관, 위생국이 크로스로 온라인 판매를 감독하기 때문에 따이공 매출은 기존 히트상품 위주로 진행되고, 이 매출도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3 웨이상을 옥죄는 개인소득세법과 전자상거래법
3월 13일 화수협의 중국수출사관학교 강의(’중국법인 설립과 운영은 어떻게?‘)에서 노성균 상해CI컨설팅 컨설턴트는 “중국의 세무환경은 탈세방지(공정성)와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그만큼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는 “타오바오(웨이상) 업자들의 불법영업, 탈세와 가짜 세금계산서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며, 다양한 세목과 높은 세율은 점차 개선되어 가고 있다”고 정리했다. 노 컨설턴트는 “지금까지는 탈세를 눈감아 줌으로써 많은 사업자가 등록하도록 유도했고, 수많은 공장의 사회보험을 최소기준 납부로 시기를 조율하는 등의 과도기였다면, 2019년부터는 금세(金稅) 3기로 모든 데이터의 연동과 시스템화을 통한 세무관리 강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중국에서 사업이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한국 기업은 탈세를 못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탈세를 통해 단가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얘기가 생생했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살아남은 기업, 정상적으로 운영한 사장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반기는 기업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진리(陳莉)의 말처럼 K-뷰티는 ‘중국의 법을 따르라’는 강력한 현실에 직면했다. 지난 10년의 중국 화장품시장 진출사가 일시적인 ‘중국 특수’에 그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지금이라도 지자불혹(知者不惑)에 집중해야 할 때다.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는가.(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