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포지셔닝의 첫 번째 덕목. 마케터라면 ‘최초’라는 단어가 소비자의 마인드 속에 가장 쉽게 진입하는 방법임을 본능적으로 안다.
화장품 용기의 플라스틱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가 업계 초미의 과제로 부상했다. 게다가 당장 라벨에 등급제 실시에 따른 표기가 의무화되면서 브랜드사로서는 필수 선택이 됐다. 이 가운데 감성글로벌㈜(대표 이종현)이 PCR-Pet 100%를 사용한 '닥터올가 다시마 탈모증상완화 샴푸', ‘닥터올가 호호바트리 샴푸’ 등 2종을 출시, 주목을 받았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솔선수범하려는 닥터올가 브랜드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이종현 대표는 “바이오 기반 성분 비율이 100%가 아니라면 용기 재활용이 어렵다는 걸 안다. 100%여야 소비자와의 소통에도 원칙을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닥터올가’의 제품은 친환경 용기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최초’로 각인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최초’도 ‘브랜드에 내재화’가 되어야 ‘소비자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 ‘고객 운명주의’를 사시로 내건 감성글로벌㈜ 이종현 대표가 패키징에서 필(必)환경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25년여 온라인 마케팅에서 잔뼈가 굵다보니 사업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고객과의 책임 있는 소통이 답임을 확인했다. 그러다보니 고객이 ‘운명’처럼 보이더라. 심장박동처럼 한결같이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종현 대표의 당면 관심사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포장재의 재활용 등급표시에서 ‘우수등급’을 획득한 것이다. 라벨에 ‘PCR-Pet 100% 용기, 금속 없는 펌프’ 표기를 기대한다.
PCR-Pet 100% 소재의 가공기술을 개발한 성진산업사 김신겸 대표는 “캡과 몸체 재질이 PCR-Pet 100%여서 분리만 하면 재활용이 쉽다. 금속 스프링 대신 PP플라스틱을 사용했으며 라벨도 분리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자원재활용법’은 ▲재활용 가능한 재질 사용 ▲재활용 어려운 포장재 퇴출로 석유기반 ‘플라스틱 저감’ ▲재질 구조 개선 촉진을 위한 등급제 시행 등이 요지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50% 감축 및 재활용률을 34%→70%까지 확대를 목표로 한다.
또한 화장품업계의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 선언’은 2030년까지 재활용 어려운 제품 100% 제거, 석유기반 플라스틱 30% 감소, 리필 활성화, 판매한 용기의 자체 회수 등을 실천사항으로 결의했다.
PCR-Pet 100% 화장품 용기는 이런 기준들에 부합한다. 바이오기반 성분의 30%, 50% 함유된 경우는 완전한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과 폐기물 처리 시 탄소발생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A브랜드는 라벨에 ‘페이퍼 보틀’을 표기한 제품을 출시했다가 소비자 항의를 받았다. 내부 플라스틱 용기에 외부에 재생종이만 두른 ‘그린 워싱’(green washing, 친환경처럼 위장해 홍보하는 활동)이라는 비판이다. 기존 제품보다 ‘플라스틱 저감’했다는 설명이지만 소비자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이종현 대표도 “원칙을 정하면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소비자 수요가 저탄소·친환경 제품을 지향하는데 따라 플라스틱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브랜드사도 이에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인식에 감성글로벌㈜은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을까? 문득 창업 동기가 궁금해졌다. 이 대표는 “EQ(감성지수)가 유행하던 1996년, 창업을 꿈꾸는 한 청년에게 귀중한 선물이 되어 E.Q.코스메틱 화장품 유통을 온라인 마케팅에서 시작,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면서 ‘감성은 액션이다’라는 마음가짐을 다지게 됐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면 정직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숫자 하나에도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데서 ‘고객운명주의’가 신념이 됐다고 설명했다.
닥터올가의 제품라인에는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이 대표의 노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 ‘캘리포니안네이처’, ‘100시리즈’, ‘태초(TAICHO)’ 등의 제품 라인은 클린 뷰티를 지향한다. 자연유래 함량에 일일이 99.75% 93% 등을 표기,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려고 한다.
”책임판매업자라는 자격요건에서 ‘책임’이 주는 무게를 절실하게 느낀다. 온라인 마케팅은 소비자 신뢰를 잃어버리면 모든 걸 잃는다. 다소 늦더라도 완벽해지려고 노력한다“는 데서 그의 고집이 묻어났다.
또 하나 닥터올가의 ‘독서캠페인’도 유명하다. 제품 출시마다 사연을 보내준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책을 선물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의 피부트러블용 ‘라포랩 퍼스널 스킨케어’를 출시하면서 ‘상처받을 용기’라는 책을 선정, 배포한다. 피부 고민도 해결하고 ‘상처’라는 키워드를 통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연간 240권씩 5년간 지금까지 총 54회의 독서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종현 대표는 ”독서캠페인, 친환경 패키징, 정직한 제품 이 모두는, 브랜드사가 ‘책임판매업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소비자+브랜드=운명’이라고 엮어진다면 어찌 소홀할 수 있을까?“라며 ”사회적책임(CSR)은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터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숙명 같은 것“이라며 소회를 담담히 밝혔다.
이번 PCR 100% 용기를 채택한 ‘닥터올가’의 샴푸 출시는 감성글로벌㈜과 성진산업사(대표 김신겸)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화장품업계의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의 환경 조성의 첫 시도로 주목된다.
김 대표는 ”화장품업계의 ‘플라스틱 선순환’은 브랜드사와 플라스틱 재활용 처리 기술(Chemical Recycling)의 용기 제조사 간 활발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기술적 협력 및 공급망 구축을 희망했다.
이종현 대표도 ”소비자에게 화장품=저탄소·친환경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럴 때 브랜드사와 제조사 간 협력으로 기술 최적화와 상업화에 도움이 되도록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