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에서 'K' 빼자!...‘아름다움의 문화’ 담는 그릇으로 성장 전략 마련해야

[취재파일] 한계 부닥친 K-뷰티 대체할 새로운 ‘한국 화장품산업 비전’ 필요...정부 추진 바이오헬스 강국의 뿌리 산업으로 화장품 신발전 전략 요구

정부는 지난 3월 24일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 전략 방안’을, 이어 4월 19일에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바이오헬스 강국 도약을 위한 신산업 육성’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Ⅲ 바이오헬스 강국 도약을 위한 신산업 육성→ 11 한의·피부·치의 건강증진 연구개발 → 11-2 ‘첨단 피부과학 화장품 기술 확보’를 제안하고 있다. 

이중 화장품 관련 방안은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건의한 ‘화장품 부문 수출 활성화 방안’과 피부기반과학 기술개발선도사업단(NCR)의 과제 등이 그대로 포함됐다. R&D 또는 일부 산업 현장 건의안만 반영돼, 실질적인 ‘K-뷰티 화장품산업 비전과 미션’이라고 하기엔 함량 부족이다.  

때문에 ‘바이오헬스 산업’을 5대 신성장 산업의 하나로 키우자는 국가적 이슈에서 바이오헬스의 ‘뿌리 산업’인 화장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비전과 전략’ 선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이에 ‘일본의 화장품산업 비전’(2021년 발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자가 주목하는 점은 비전과 미션을 제안하고 이를 캠페인화 함으로써 항구적인 K-뷰티 이미지를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다.  



현재 K-뷰티는 중국시장에서 실적 부진과 인기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원인으로 ▲K-뷰티 발전방식을 모방한 중국의 화장품 발전 전략 ▲한국 기업 간 이전투구식 경쟁으로 현지 유통상과의 파트너십 구축 실패 ▲Made in Korea가 아닌 브랜딩 실패 등이 지적된다. 문제는 중국 이외 아세안, 중동 국가들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다. 이는 산업 발전 단계에서 예견 가능하며, K-뷰티의 한계로도 비쳐진다. 

실제 중국은 新화장품감독관리조례 시행과 함께 품질·안전에 자신감을 갖고 올해부터 내수→수출로 선회 중이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网)은  “중국 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로컬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는 ‘판매와 제조의 분리’에 이어 화장품 수입국가 → 수출국가 전환에 성공한 K-뷰티 사례를 모방(与韩国代工市场发展路径相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 시장에서는 화시쯔, 퍼펙트다이어리, 인투유 등 중국 브랜드들이 차별성과 가격을 무기로 인기 몰이 중이다. 또 볼로냐 미용박람회에선 중국 ODM사가 대거 참가해 수탁에 열을 올렸고 성과도 거뒀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화장품 품질은 그대로 인데 왜 중국 소비자는 외면할까? 물론 중국 로컬 브랜드의 대체와 애국마케팅, 포지셔닝 실패 등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취재 현장에서 들리는 이유는 수량 개런티를 요구하면서 ‘단물’만 빼먹고 중국 유통상과의 상생 파트너십 구축 실패가 뼈아프게 들린다. 게다가 국내 기업 간 과도한 경쟁으로 단가 하락 초래, ODM 현지 진출로 브랜드사 판매 추락 등도 뼈아프다. 

이렇다 보니 현지화 또는 ‘브랜딩’에 실패한 중소기업 대부분은 철수, 축소했다. 중국 수출액 중 중소기업 비중이 74%(‘18)→36%(’22)로 급감했다. 중국 특수로 벌어들인 시드머니로 현지화 및 브랜딩 등 스케일업(scale up)에 힘써야 했는데 말이다.  

중소 수출기업 사이에선 ‘K-뷰티’에서 ‘K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명품 또는 소비자 애용 브랜드로 소비자 인식 전환을 꾀하자는 얘기다. 

라라뷰티코스메틱 안보라미 대표는 “우리나라에 중국 자본이 유입된 회사가 많다. 한국 제조로 한국 연예인을 쓰면서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중국산인지 한국산인지 의미가 있나, ‘K’는 더 이상 없다”고 말한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지난 3월 관훈토론회에서 “K-POP에서 ‘K’라는 단어가 희석돼야 한다.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K-POP 매출 점유율이 여전히 1%대에 그치는 현재는 위기”라고 진단한다. 한때의 일시적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K-POP은 한국만의 것이라는 인식을 깨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한국인 멤버가 한 명도 없는 그룹이 나오거나 K-POP 회사 출신임을 모를 만큼 경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보도다. 

K-뷰티의 이미지화 실패는 마케팅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왕홍들은 “한국산 제품은 설명이 길어져 판매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본 제품은 ‘장인정신’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품질이 보증되므로 판매가 쉽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K-뷰티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인기가 시들었다. 대신 일본은 장인정신, 프랑스는 문화, 미국은 기술 선도, 독일은 엄격함, 호주는 자연 등의 이미지로 인식된다”라며 “K-드라마로 인기를 얻었을 뿐 화장품 자체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는 게 중국 유통상 및 매체들의 평가다. 

K-뷰티를 강조하다 보니 연구 인력과 제조사가 우르르 중국으로 몰려가고, 국내 생태계는 취약해졌다. K-뷰티는 ‘제조사 표기’로 ODM만 강조되다보니 하청 역할로 한정되고 브랜드사는 판매 급감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화장품산업 비전’은 △ 일본 화장품의 강점과 약점 △ 구체적인 대처방안 7가지를 수록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게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굳건한 ‘일본’ 브랜드 확립”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일본제 화장품의 프로모션은 업계 간의 유연한 대처가 확립되어야 한다. 영화 및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와 제휴(tie-up), 온라인 상품 전시회 개최 등 매스미디어와 산학관 협업에 의해 일본 전체(all-Japan)로 대응해야 한다. 이때 호화롭고 사치스럽다는 인상을 주는 미국, 유럽의 브랜드와는 달리 일본은 고급, 고품질을 콘셉트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기능·고품질, 안심·안전이라는 일본제 화장품의 이미지를 강점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당국가의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유럽 현지의 한국 화장품 유통기업 네모브랜즈 조성선 대표도 “최근 5년 사이 세포라에서 K-코스메틱 매대는 한국 브랜드사→ODM사→PB로 대체됐다. 이젠 K를 붙이기보다 브랜딩,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K-뷰티의 ‘K’라는 국적 마크를 붙이기 보다 김구가 말한 ‘높은 문화의 힘’이 기반이 된 화장품산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풍요롭게 하는 화장품”을 담는 문화적 그릇으로의 K-뷰티다. K-푸드로 불리기보다 비빔밥, 불고기, 삼계탕처럼 화장품도 그러해야 한다. 이를 위한 비전과 성장 전략을 마련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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