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K-뷰티는 소비자에게 불친절”... 유럽 성공 첫걸음 ‘이것 3가지’

[인터뷰] 네모브랜즈 조성선 대표...“K-뷰티에게 부족한 ‘디테일’+소비자 관점+콩글리쉬‘ 가 유럽 소비자 설득에 걸림돌”

화장품기업들의 꿈은 메이저리그인 유럽과 미국에서 “내 제품이 먹힐까?와 잘 팔릴까?”를 알고 싶어 한다. 트렌디(trendy) K-뷰티라지만 정작 세일즈에 실패해서야 의미가 없다. CPNP 인증을 획득하고 검증된 제품으로 유럽 소비자에게 안전+품질 우수성을 호소해야만 하는 이유다. 먼저 유럽에서 K-뷰티 제품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지난달 31일 네모브랜즈(NEMO Brands)의 유럽(CPNP)·영국(SCPN) 안전성 평가사(safety assessor credentials)인 사라 롭(Sara Robb) 박사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그는 영국 CTPA 정회원, 화장품과학회(SCS) 정회원, 유럽 독성학 & VUB인증평가사다. ‘벌집 클렌징 크림’ 제조 및 영국양봉협회에서 화장품 제조법 강의 및 전문저널 칼럼니스트로 유명하다.  



사라 롭 박사는 “유럽과 영국의 안전성 규정과 한국의 규제 관점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네모브랜즈 연구원들과 워크숍을 통해 200여 고객사에게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싶다. 또 유럽에서의 한국 화장품 위상을 전하고, 한국에서 K-뷰티 제품 경험을 영국 매체에도 알리고 싶다”고 방한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2년여 동안 한국 화장품에 대한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1천여 건 발행한 전문가. 그는 “K-뷰티는 혁신적(innovative)이고 유행을 선도(trend setting)하지만 유럽과 다르게 사용되는 용어와 소비자에겐 불친절한 표현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는 라벨만 보고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라벨은 ‘적당한 양’ 또는 ‘콩알만큼’ ‘얼굴 외 쓰고 남은 양은 다른 피부에 도포’ ‘수시로’ 등 두루뭉술하다”는 지적이다. 유럽 제품이라면 “사용법, 사용량(g, ㎖), 사용 부위, 횟수 등을 정확히 기재해서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발행”함으로써 소비자의 안전한 사용을 안내한다는 설명이다.  

사라 롭 박사는 “K-뷰티가 새롭고 개성 넘치며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인과 제형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화장품을 사용하며 느끼고 즐기는 재미 등을 갖추고 있으면서 정작 ‘내 피부에 어떻게 사용하지?’라는 최초의 질문에 부딪치는 아이러니를 겪게 될 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콩글리쉬 용어도 문제다. 예를 들어 ‘앰플’은 용기에 쓰이는 단어인데, 한국에선 제형을 의미한다. 앰플 마스크, 앰플 크림 등은 유럽에선 쓰이지 않는다. 사라 롭 박사는 “앰플 샘플을 받아보니 30㎖더라. 샘플이라면 이걸 한번에 다 써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다”라며 “유럽에 진출하려면 용어나 단위를 정확하게 표기해야 한다. 용량, 사용부위에 따라 안전성 평가서 보고서가 달라진다. 소비자 안전과 현지 판매자가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한국 기업들이 시정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사라 롭 박사와 함께 한국을 찾은 유럽 인증 및 유통기업인 네모브랜즈(NEMO GmbH) 조성선 대표는 “유럽 전문가로부터 K-뷰티의 실제 모습을 직접 듣고 유럽 진출 팁(tip)을 제공해, 수출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조 대표는 “CPNP, SCPN 등록 시 기업의 마케팅 일정에 맞춰 진행할 수 있다. 상품 기획시 또는 제조 전에 유럽 화장품 규정을 이해하고 이를 적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즉 기업들이 궁금해 하는 세 가지 포인트로 ▲ 등록 언제 되나? ▲ 화장품 용어의 현지 기준 맞춤 ▲ 소비자 관점에서 전성분표, 라벨 작성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브랜드사 입장에선 마케팅 일정에 맞춘 속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제품이 다 나온 상태에서 자칫 유럽 화장품 규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이도저도 진행이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마련. 조성선 대표는 “상품기획 또는 제조사 의뢰 전에 제품에 대한 유럽 화장품 규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제조사 포뮬라의 기본 가이드를 알아도 유럽 인증 진행에서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라며 “‘대응이 아니라 대비한다’는 자세로 네모브랜즈와 협업한다면 일정 맞추기가 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문제는 화장품 업계의 관용적 표현이 유럽과 차이가 있다는 점. 스킨로션, 플로이드 에멀젼, 선블록 등의 용어는 유럽에선 쓰지 않는다. 또 사라 롭 박사가 지적한대로 ①사용법 ②사용량 ③사용부위 ④사용횟수 ⑤사용자의 평균 체중 등 명확한 기준을 브랜드사 또는 제조사, 연구소가 제시해야 한다. 적당히~, 적당량~, 원하는 부위에~, 수시로 등의 표현은 안전성 평가에 장애물이 된다. 유럽 화장품 규정은 명확한 수치를 요구하기 때문. 특히 어린이가 사용시 훨씬 많은 양을 쓸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셋째로 조성선 대표는 “제조사 관점에서 전성분표를 작성하지 말고 소비자 관점에서 사용하는 경우에 맞춰 써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더블세럼’이라면 1제, 2제가 있다는 얘기. 1제, 2제를 따로 담더라도 결국 혼합해서 사용한다면 포뮬라도 ‘혼합’을 기준으로 작성해야 한다. 성분표와 테스트 제품이 다른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인증 진행이 어렵게 된다는 설명이다. 

네모브랜즈의 경우 전성분표의 INCI를 EU 목록표(grocery list)에 맞춘다. 또 한글의 영문 표현과 이를 증빙 또는 보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성선 대표는 “방한 기간 중에 200여 고객사와 유럽 인증 프로세스를 협의할 계획이다. 제품별 맥시멈에 맞춘 유럽기준 가이드를 제공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마케팅 일정에 맞춘 유럽의 적기 진출이 가능진다. 메이저리그인 유럽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도록 적극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말을 맺었다. 

올해 상반기 유럽국가 중 화장품 수출 1위는 영국으로 4100만달러(+13.8%). 이어 프랑스 3700만달러(+17.4%) 독일 2300만달러(59%) 순이다. 글로벌 유행을 선도한다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K-뷰티지만 유럽에선 아직 수출액이 미미하다. 조성선 대표가 지적한 3가지가 소비자 설득의 실패 원인이라는 분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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