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만 대 vs 740만 대. 사이공 강(river) 따라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합류한 도로엔 삶의 물결이 출렁인다. 서두르지도 거스르지도 앞을 다투지 않고…. 다만 꼬리를 놓지 않으려는 그 힘. 의식과 행동은 이율배반적이지만 그들은 흐름에 몸을 맡길 뿐이다.
유동성(liquid). 베트남은 액체다. 흐를 뿐 머무르지 않는다. 머무름은 그들에겐 사치다. 기자의 눈은 그랬다. 베트남 뷰티 시장은 코스앤코비나 조안나 대표의 말마따나 “골목길 전단지 10만장, 전봇대마다 QR코드 5만장, 공안(公安) 눈 피해 현수막 걸어본 경험이 한류+K-뷰티의 힘”이라는 말 앞에서는 고개를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
19일 개막한 2018 vietbeauty 전시회는 그런 노력이 통한다는 믿음을 줄 수 있었다. 규모가 작아도 활로를 찾을 수 있다면 분명 희망은 있다.
한국미용산업협회(KOBIS) 안완섭 국장은 “한국의 34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전시회는 규모보다 잠재력 큰 베트남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자, 향후 베트남과 한국, 양국민의 미(美)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즉 기질적인 면이나 역사의 아픔을 겪은 히스토리에서 분명 진정성만 있다면 통(通)한다는 얘기다. 물론 미의식은 비슷하다는 전제다. 바로 미백(美白)이다.
전시장 규모는 작아도, 대구·경북 코스메틱협의회와 제주인증 기업들의 소구점은 분명해 보였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천연화장품 선호에 맞춘, K-뷰티의 ‘그린(Green)' 이미지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대구한의대 이창언 교수는 “R&D로 기술력을 확보한 대구·경북 89개 기업 중 베트남 시장에 걸맞은 핵심 기업이 참가했다”며 “글로벌 브랜드의 오딧(audit), 또는 일본콜마가 놀랄 정도로 우수한 기업들이 지닌 차별성은 베트남 뷰티 시장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전시회에 두 번째로 참가한다는 뷰인스(BEAUINS) 조상은 대표는 “작년 론칭 이후 젊은층의 피부 관리 욕구는 지속적이며 매우 강렬했다”며 ”당장 매출보다는 브랜딩을 추구할 파트너를 만나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서 뷰인스만의 독보적 브랜딩 확보가 목표“라고 말했다.
K-뷰티가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 안착하려면 전제 조건이 무엇일까? 참가 업체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을 닮아가고 비슷해져가는, 규제와 정책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위생허가를 받아야 되고, 광고 라이선스 취득, 로컬 또는 외투(外投) 법인 설립 차이점,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마케팅 효과+알파(α)는 있는지에 대한 답은? 등 법률과 정책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일부 업체들이 이를 무시함으로써 자칫 K-뷰티 전체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현재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격변의 시점에 와있다. 단초는 중국 시장과 닮아가는, 같은 정치 체제 속 행보에 달려 있다. 중국 CFDA가 추구한 자국 산업 보호와 통관, 세금징수 등 문제 등이 향후 베트남 화장품시장에서도 불거질 전망이다. 이는 최근 베트남정부로부터 법규 위반을 이유로 벌금 500만원을 부과당한 업체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류 또는 K-뷰티의 열풍을 잘 활용하는 한편 오토바이로 출·퇴근하고 기꺼이 택배에 나설 수 있는 용기, 현지화 노력이 필요하다. 매출이 목적이라면 당장이라도 멈추는 게 좋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K-뷰티의 우수성을 잘 안다. 당장 소득 수준이 미치지 못해도 꼭 사고 싶어 하는 뷰티템이 K-뷰티여야 한다. 그래야 K-뷰티의 활로가 보인다.
2018 vietbeauty는 메이저 미용전시회는 아니다. 하지만 임계점에 다다른 핵폭발 가능성은 잠재해 있었다. 코스앤코비나의 김정욱 이사는 “유럽·미국은 서비스에, 일본은 인프라,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베트남에 투자한다.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라고 기자에게 반문한다.
2020년 호치민시의 지하철이 완공되면,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물결은 어떻게 물꼬가 트일까? 구조조정의 미명 하에 한국은 제조업 이전을 서두르고, 일본은 인프라를 건설한다는 데서 불안감은 어쩔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호치민 시의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섞여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겨야 한다. 코스앤코비나의 조안나 대표처럼 오토바이로 도로를 질주하며 골목마다, 이웃에게 박항서 감독의 힘을 빌어서라도 K-뷰티를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은 안하지만 화장품업체들의 고충은 외로움이다. KOTRA가 K-뷰티에겐 가장 현장성 있는 우군이다. 한국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KCEA)는 2018 vietbeauty 전시장에서 조용히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