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 화장품’ 돌풍, K-코스메틱 ‘기린아’

[인터뷰] 팜스킨 곽태일 대표...해외 바이어 ‘신선+기술력’ 호평 속 2019년 100억대 매출 기대
29세 청년CEO, K-코스메틱 최초의 유니콘(1조) 기업 기대

여드름 고민 많던 29세 청년이 일약 K-코스메틱 아이콘(우상)으로 떠올랐다.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이유는 ‘차이'(difference)를 만들어내는 청년 스타트업 CEO이기 때문이다. 팜스킨 곽태일 대표(29)가 빚어내는 차이는 △소재 △브랜드스토리 △경로의존성에서 유독 돋보인다.


곽태일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이 ‘팜스킨’의 제품을 접한 소감을 모아보면 △‘초유’라는 소재가 신선하다 △패키지가 직관적이며 예쁘다 △브랜드 스토리가 좋다 등의 호평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팜스킨의 초유 앰플·크림·미스트·마스크팩은 ‘초유’의 독특함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 ‘차이’를 만들어내는 K-코스메틱의 아이콘


돼지농장을 운영한 부모 밑에서 자란 곽 대표는 파충류를 제외한 모든 동물을 좋아하는 마니아다. 그러다 보니 대학 진학도 자연스레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를 지원했고, 현재도 석사과정 중인 대학원생이다. 


그가 ‘초유’에 빠진 이유는 우연한 발견(serendipity)에서 비롯된다. 연수 차 독일 농가 방문 당시 초유로 직접 만든 크림을 바른 농부의 희고 고운 손을 목격하면서부터다. 농부의 거친 손을 연상했는데, 어려서부터 민감한 여드름성 피부로 순하고 건강한 화장품을 찾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던 순간을 기억하는 그에겐 ‘확’ 깨는 충격이었다.


힌트를 얻은 곽 대표는 농림부 장학생으로 연수하던 청원목장에서 초유의 실상을 파악하며 원료화 기술에 도전했다. 초유(Colostrum)란 어미 소가 송아지 출산 후 첫 3일 동안 나오는 우유다. 면역체계가 부족한 상태로 태어난 송아지를 위해 어미 소의 초유는 어느 포유류보다 많은 면역 성분과 영양분이 함유돼 있다. 4일 이후 나오는 모유보다 최대 100배의 영양분이 풍부하다.


역사적으로 인도 아유르베다 요법에서도 초유가 사용됐으며, 조산아의 성장촉진제, 운동선수의 건강증진제, 노인의 활력제 등 자연 친화적 영양제로 그 효과가 널리 인정받아왔다.


곽태일 대표는 “초유는 금세 부패하기 때문에 보관이 어렵다. 우리나라만 해도 한 해 4만 톤의 초유가 버려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검증된 천연 영양제를 피부에 바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도전 의욕을 자극했다”고 소개했다.



#2 국제화장품원료집 등재, 기술력 인정


젊은이의 특권은 용감함이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본격 연구를 시작했다. 건강에 좋다는 초유지만 정작 피부에 나타나는 구체적 효과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초유 성분에는 △면역글로불린(피부 미생물 성장 억제) △IGF, EGF, FGF 등의 성장 인자(세포 재생 통해 피부 장벽 강화) △TGF-BETA(멜라닌 색소의 합성을 억제해 피부톤 개선) △초유 속 히알루론산(피부 보습) 등이 우유보다 최대 300배 더 함유되어 있다.([출처] 한국특허전략개발원 IP R&D 보고서) 팜스킨의 초유 원료는 국제화장품원료집 INCI(Trade Name: Farmskin Colostrum Ferment Extract, Assigned INCI Name: Hydrolyzed Lactobacillus/Streptococcus Thermophilus/Colostrum Ferment Extract)에 등재됐다.


곽태일 대표는 “초유 화장품은 발효 기술이 핵심이다. 발효 탱크가 터져 우유 썩은 내보다 100배나 고약한 냄새를 맡으며, 탱크 나사 하나하나 다 드라이버로 풀어서 닦은 기억이 새롭다”고 웃었다. 그는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매일 닥치는 애로사항을 무수하게 해결하다 보니 어느덧 이력이 붙었다. 지금은 즐길 정도가 돼서 재밌다”고 창업 과정을 설명했다.


‘초유’는 원료의 안전성, 안정성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곽 대표는 “HACCP 인증받은 청결한 환경의 목장에서 사육한 국내 농가의 어미 소의 깨끗하고 건강한 초유만 사용한다. 그냥 버려지는 초유를 활용함으로써 농가에는 부가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며 축산업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민감성 피부로 고민 많던 청년 낙농업 후계자가 역사적으로 검증된 천연영양제 ‘초유’를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는 해외 바이어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갔다. 세계적으로 초유 활용 화장품은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 나와 있지만 ’팜스킨‘과는 차별성이 크다.


곽태일 대표는 “외국 화장품은 방목하는 소에서 나온 초유 추출물을 사용한다. 이들 소는 유방염이 잦아 항생제를 투여한다. 하지만 팜스킨의 초유 원료는 국내 농가의 건강한 어미 소의 초유를 발효시켜 생산하며, 무항생제여서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3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 유니콘으로 발전 기대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란 말이 있다. 한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비효율적이어도 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 습관을 말한다. 곽태일 대표는 “‘초유’는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낯선 원료였다. 또 국내 경쟁이 심해 매장 입점도 어려웠다. 처음 몇 달 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얻은 결론이 새로운 길을 찾자”였다고 고충을 전했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경로에서 스타트업이 자리 잡기란 어렵다.


그가 찾은 새로운 경로는 한국화장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중국·유럽 시장이었다. 곽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은 브랜드보다는 ‘제품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팜스킨의 기술력과 ‘피부에 바르는 초유 화장품’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초반 반응에 고무된 곽태일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게 지난해 9월 라스베이거스 뷰티박람회장이었다. 여기에서 그는 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면서 일약 ‘청년 화장품 CEO'로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11월 30일에는 ’화장품업계와 식약처장 정책간담회‘에서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기회도 얻었다. 올해 1월 1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도 초대됐다.


앞으로 팜스킨 곽태일 대표는 유니콘이 될 수 있을까? 2018년 말 화장품산업의 제조판매업체는 1만 2490개, 제조업체가 2244개다. 근래 재벌을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화장품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정작 성공 스토리를 쓰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장업사’를 보면 1975년 화장품시장 점유율을 보면 태평양화학 61.3%, 한국화장품이 25.3%로 두 회사가 무려 86.6%였다. 이런 구도는 43년이 지난 2018년에도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이 80% 이상을 점유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에도 대우, 대한산업, 동아제약, 일약약품 등 재벌, 제약사들이 대거 화장품업종에 진입했지만 지금은 존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구도를 변화시킬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준 기업이 적다는 뜻이다.


앞으로 팜스킨이 ‘K-코스메틱 최초의 유니콘(unicon)’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크다. 유니콘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설립 10년 이하의 스타트업을 뜻한다. 유니콘은 어원에서 보듯 뿔이 하나 달린 말처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차이’가 특별하다.


팜스킨 곽태일 대표는 아침마다 직원 10명과 함께 경영 철학인 ’하나, 도전 둘, 상생 셋, 건강함‘을 외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분을 쪼개면서 바이어를 만나고 잇단 회의와 매장 방문의 강행군이지만, K-코스메틱의 ’아이콘‘으로서 자부심과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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