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일본 분’이 우수한 까닭은? ‘화장의 일본사‘ 출간

아모레퍼시픽재단, 아시아의 미 시리즈 9권째 출간
‘흰 피부 지향’의 전통 미의식이 미백, ‘눈의 힘’ 화장품개발 바탕
18세기에 서유구 ‘섬용지’에서 “일본 분이 우수하다” 평가

아모레퍼시픽재단(이사장 임희택)이 ‘아시아의 미’ 시리즈 제9권 ‘화장의 일본사’를 출간했다. ‘아시아의 미(Asian Beauty)’ 시리즈는 아시아인들의 미적 체험과 인식이 담긴 역사·예술·문화인류학적으로 탐구한 주제를 선정, 아모레퍼시픽재단이 후원한다. 연구자에게는 3천만원이 지원되며, 총서로 발간된다.


화장은 ‘인간의 얼굴과 몸’이 캔바스라는 점, 소모품이어서 생생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화장사 연구는 쉽지 않다. 때문에 화장과 관련된 일화를 담은 회화·예능·교육·풍속·습관 등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번에 출간된 ‘화장의 일본사’는 화장품, 특히 메이크업 화장의 변모를 통해 일본의 ‘시대별 미의식의 변천’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에도시대 여성의 화장은 특정 집단·신분·계급·연령·혼인 여부 등을 구별하는 사회적 표시기능이 강했다. 대표적인 게 오하구로(お齒黑, 이를 검게 칠하는 풍습) 화장이다. 눈썹을 밀어 백분을 바르고 잇꽃으로 빨간 입술을 칠하며, 이빨을 검게 물들이는 하얀, 빨간, 검은 화장이 유행했다.


에도풍(오하구로)은 서구의 미의식과 차이가 커서 외국인의 눈에 “치아에 검은 니스와 같은 것을 발랐고 눈썹을 죄다 잡아 뜯어서 모든 여성 가운데 일본 부인은 분명히 인공적으로 추한 점에서는 최고다”라는 평을 들었다.


이 시기를 빼고는 고대(고분~헤이안)에는 대륙풍(중국)이, 에도시대를 거쳐 메이지시대부터는 외국풍(서구)의 영향을 받았다. 이 시기에 서양에서 배운 과학기술은 화장품산업 발전에 밑바탕이 됐다.


2차 대전 패전 후 일본의 화장은 급속하게 서구화 했지만 일본인의 미의식 속에는 아직까지 전통 화장의 자취가 남아 있다. 바로 '잡티 없는 하얀 피부를 동경하여 피부관리와 기초화장에 신경 쓰는 화장법'은 에도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쇼와 시대는 ‘완전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외모도 중요하다’는 미국식 가치관이 퍼지면서, 외모 중시 경향이 짙어졌다. 이어 헤이세이 시대는 거품경제 시기와 겹치면서 ‘자기실현을 위해서는 외모가 중요하며, 지위 상승을 노리는 많은 사람이 화장을 아름다워지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1990년대 초반 인터넷 덕에 화장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으며, ‘어떤 화장품이 좋은지’, ‘어떻게 하면 예뻐 보이는지’ 등의 화장 정보가 공유됐다. 여기에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중장년층 대상의 화장품 개발이 활발해진 점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


‘화장의 일본사’는 저자인 이마무라 히로미가 지적했듯이, 자료의 빈곤으로 대륙풍→에도풍→서구풍의 유행을 쫒는 식으로 기술됐다. 그 기간 동안 일관된 일본인의 미의식은 ‘흰 피부 지향’이었다. 그 결과 백분과 연지 등 화장품 개발(겐로쿠 1688~1704)로 이어졌으며, 쇼와시대에 과학과 접목해 오늘날 기초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하게 된 바탕이 됐다. ‘화장의 일본사’는 통사 형식으로 간략하게 기술됐다.


우리나라의 화장사도 이와 비슷하다.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지의 섬용지(贍用志)에는 ‘몸 씻는 도구’, ‘머리 다듬는 도구’, ‘색을 내는 도구’ 등에서 화장품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채색’에서 화장도구와 화공들의 물감 및 기물에 칠하는 물감으로 분·백악(백토)·주사·왜주(일본주사)·연지·쪽물 등이 소개돼 있다.


서유구는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구들도 빼놓지 않고 그 구조와 모양에서부터 유지·보관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특히 그는 화장품의 분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며 “국내산 분이 좋아서 중국인들도 수입해 가지만 일본 분이 가장 좋으므로 일본에서 재료를 사 와서 만들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조선의 장인들이 만드는 물건은 들인 고생에 비해 정교하지가 않아 나라 안에 필요한 물건들이 조악하다. 이 때문에 중국을 비롯해 섬나라 일본에서까지 사들이고 있다”며 현실을 비판한다. 이어서 그는 “원재료가 생산되지 않는 종자를 구입하고 제품 만드는 장인을 키울 것”을 강조한다.


오늘날 화장품업계 종사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일침(一針)이 아닐 수 없다.


■ '화장의 일본사'(139*190/256쪽, 야마무라 히로미 지음, 강태웅 옮김)  차례: 프로롤그 사람은 왜 화장을 하는가 1. 고대부터 중세까지: 화장의 여명기 2. 에도 시대: 전통 화장의 확립 3. 메이지 시대: 근대화가 바꾼 화장 4. 다이쇼 시대부터 쇼와 시대 전기까지: 서양식 화장의 확대와 전쟁 5. 전후 시대: 화장이 자아내는 꿈과 동경 에필로그 변화하는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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