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가성비, 가심비 등 합리적인 소비를 앞세운 소비자들에게 저가공세, 할인행사로 일관한 이커머스들이 완패한 모습이다. 이른바 미스매치다. 소비자들이 영리해지며 애국소비에 균열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올해 솽스이(11.11, 双十一)에서 주요 플랫폼 모두 매출이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모든 플랫폼이 행사 시작일을 앞당기며 최장 기간 행사를 진행했다. 더우인은 35일로 전년 대비 12일 증가했으며 알리바바와 징둥도 각각 11일, 9일 늘어났다. 그럼에도 매출 비공개는 수년째 이어지며 성장성이 훼손됐음을 반증했다.
각 플랫폼이 발표한 실적을 살펴보면 △ 징둥(京东)은 1만 6,000개 브랜드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대비 3배 이상 급증 △ 더우인(抖音)은 1만 8,000개 브랜드의 거래액이 2배 이상 성장 △티몰(天猫)은 373개 브랜드의 거래액이 1억 위안을 돌파했다고 서로 다른 숫자를 내보였다. (징둥 10/14~31, 더우인 10/18~20, 티몰 10/14~31)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징둥 플랫폼에서는 세탁건조기, 친환경 소재 전기밥솥 등 거래액이 4배 증가, 3,000개 가전·가구 브랜드 거래액은 2배 이상 증가, AI학습기, 3D프린터 등 거래액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以旧换新)' 보조금 지원으로 가전 및 디지털 제품이 매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더우인 플랫폼에서는 의류 거래액이 92% 증가, 10월 8일부터 20일까지 글로벌브랜드 색조화장품 거래액은 175% 증가했다고 한다. 더우인은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 배송 혜택 제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
알리바바는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해외 지역에 무료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타오바오·티몰 내 해외 배송 지원 상점 중 7만여 곳의 거래량이 두 배 증가했다. 징둥은 말레이시아와 태국에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해외 소비자의 참여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테무(Temu), 쉬인(SHEIN) 등 국경간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에 대응하여 중국 내 플랫폼들도 해외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무협 상하이지부에 따르면 ➊ 2024년 솽스이 쇼핑 행사 기간 총 거래액은 1조 4,418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 (출처: 싱투데이터) ➋ 종합 전자상거래 플랫폼(징둥, 알리바바, 핀둬둬)의 총 거래액은 11,09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 ➌ 생방송 전자상거래 플랫폼(더우인, 콰이쇼우, 디엔타오)의 총 거래액은 3,32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6% 증가 등으로 나타났다. 증가율만 보면 라이브커머스가 종합몰을 수년째 앞서고 있다.
이커머스별로 할인 행사는 여전했다. ▲ 티몰이 거액의 소비 쿠폰 발급 및 대형 할인행사 진행 ▲ 징둥도 구매금액 3백위안 초과 시 50위안 할인해주는 크로스오버 할인 혜택 ▲ 더우인 생활 솽스이 알뜰 시즌((抖音生活双11好省季) 진행해 행사기간 매일 188위안 쿠폰 발급 ▲ 200위안 이상 구매 시 30위안 할인, '황금알 깨기 랜덤 쿠폰(砸金蛋领券)' 등 할인 프로모션 등을 진행했다. 모든 플랫폼이 입점 상점 지원 정책도 내세웠다.
티몰의 기초화장품 매출액은 71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몰 플랫폼 상위 5위는 프라야, 랑콤, 로레알, 에스티로더, 라메르가 차지했다. 징둥 상위 5위는 프라야, 올레이, 로레알, 에스티로더, 클라랑스가 각각 차지했다.
향수/색조화장품 매출액은 237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 티몰 플랫폼 상위 5위는 입생로랑, 끌레드뽀보떼, 차이탕, 나스, 에스티로더가 차지했으며, 징둥 플랫폼 상위 5위는 입생로랑, 카즈란, 끌레드뽀보떼, 디올, 맥이 각각 차지했다.
과거 애국 소비 열풍으로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으나, 해외 브랜드의 마케팅 강화로 티몰과 징둥 매출 순위에서 해외 브랜드의 비중이 전년 대비 확대되고 있음도 확인된다. 다만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더후(The Whoo)'는 더우인 기초 화장품 판매액 5위, 콰이쇼우 전체 거래 1위를 기록했고, '더숨 37°'는 콰이쇼우 기초 화장품 부문 12위를 차지했으나, 티몰과 징둥의 판매 순위에는 한국 브랜드가 포함되지 않는다.
올해 중국 솽스이에서는 ① 플랫폼들이 가격과 품질을 고려한 가성비 세일즈 전개 ② 과열된 가격 경쟁 완화로 판매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저품질 상품의 유통을 줄여 궁극적으로 전자상거래 생태계 개선 ③ 해외 소비자 겨냥한 글로벌 시장 공략 ④ 해외 브랜드의 마케팅 강화 등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브랜드들은 아직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시장 관계자는 “솽스이 기간 동안 중국 소비자의 이성적 소비 경향이 지속을 예측할 수 있다. 애국소비에서 벗어나 한국 브랜드만의 혁신과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면 반전도 노려볼 수 있다”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