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기 [下] 제2 내수시장을 위해서…

유통과 가격질서 확립 시급…우수한 품질력과 브랜드 파워에 집중하라

“중국시장은 아직 법의 지배가 시행되지 않는 나라라서 투자가 위험하다”는 게 서방기업의 시각이다. 아시아 제일의 갑부 리카싱도 2015년 중국에서 철수했다. 리카싱은 중국과 홍콩 부동산을 소유한 기업은 홍콩에 두고 다른 사업은 모두 케이먼군도로 옮겼다. 중국, 홍콩 모두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다.


중국 시장이 위험한 이유는 공산주의 국가로 절대 권력자가 제시하는 목표에 사회적 역량을 집중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사드 보복이 그 대표적 사례다.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는 언제든 가변적이다. 롯데마트 사태는 정치적인 이유로 시장 질서에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보복이 시작되면 약한 나라 기업인은 서럽다.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 때문이다. 개별 기업이 알아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북핵 위기와 사드 보복에 직면한 현실 인식은 파블로프의 실험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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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과 자국 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유(U)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화장품도 주요 대상이다. 이미 각종 데이터를 통해 한·중 화장품 무역 역조를 개선하려는 중국 측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약진은 눈부시다. 그 저변에는 한국 업체의 연구원·마케팅 전문가 스카우트와 한국 내 생산공장 인수, 연구소 설립 등의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또 중국 소비재 시장은 식품의 경우 신선식품 공급을 지연시키는 식으로 교묘한 제재를 통해 점차 내수기업 차지가 되고 있다. 롯데마트와 신세계 등 유통점의 몰락은 중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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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송뷰티박람회의 현장 간담회에서 “화장품 산업은 미래 사회 핵심산업이 될 것이며 화장품 산업이 도약할 수 있도록 연말에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보건산업 종합발전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화장품의 경우 ‘중국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해상운송 확대 및 온·오프라인 체험관 운영, 피부특성 조사를 통한 맞춤형 화장품 개발 지원 등을 통해 중국시장 점유율을 2015년 2%에서 2020년까지 1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그러면서 한류 기반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 샴푸·린스 등 제품군 확대 등은 고무적이지만, 중국의 수입조건 강화 및 중국으로의 인력·기술 유출 등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되 포장·디자인 고급화, 기술력 제고를 통해 수출 다변화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시각은 이렇게 다르다. 한쪽은 국내 산업 보호에, 한쪽은 장밋빛 미래를 구상한다. 여기에 늘 정치와 경제를 연계시키는 변수가 있다.


먼저 보건복지부의 계획대로 중국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화 하려면, 먼저 일선 화장품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즉 유통질서와 가격 질서의 확립이다.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으로. 옛날 속담처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아무개가 번다’는 우화가 반복되면 안 될 것이다.


“홍콩의 현재는 한국의 미래”라는 말이 있다. 요우커 붐이 만들어내는 성장의 기회와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다. 홍콩은 요우커 4천만명이 몰려들면서 과거 5년 동안 소매 판매가 81% 성장했다. 최근 10여년의 홍콩 비즈니스는 요우커를 중심으로 한 내수가 이끌었다. 반면 요우커로 인한 상품 부족 현상과 인플레이션, 교통질서 문제 등의 부작용도 겪었다.


한국은 약간 다르지만 1천만 중국 요우커가 들어왔던 작년에 비해 썰물처럼 빠져나간 올해 화장품 업종만큼은 비슷한 경험에 몰리고 있다. 한한령으로 인한 요우커의 입국 금지는 내수 부진과 함께 매출과 영업이익의 감소 현상을 불러왔다.


요우커의 뒤에는 중국 자본과 중국계(중국인·조선족·화교) 여행사·식당·면세점·숙소 등의 중국기업 비즈니스가 있다. 이들도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제주도 여행사로 한국에 진출한 중국 메이저여행사인 씨트립, CTS, CTTS 등이 철수할 정도다. 


사드 갈등으로 한국 기업의 피해 못지않게 중국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고슴도치 전략의 첫째는 쌍방의 피해를 알리고 정치 리스크는 상호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다. 중국도 한국 의존도가 낮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야 한다. 둘째는 우수한 품질력으로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가성비 보다는 비싸더라도 확실한 제품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셋째는 브랜드 파워를 키워 시장에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차지해야 한다. 


창업 145년을 맞는 시세이도의 스테디셀러 성공 세 가지 전략은 △우수한 품질 △동양과 서양의 조화 △우수한 고객 커뮤니케이션이다. 시세이도는 ‘혁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전세계 10여 개의 광대한 R&D를 운영 중이며, 한방 의약을 화장품에 접목 연구하고 있다. 또 1930년대부터 고객관계관리(CRM)를 도입하고 ‘하나츠바키’ 멤버십 클럽 운영, 잡지 발행, ‘시세이도 갤러리’ 운영 등 문화마케팅으로 고품격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시세이도와 고세 등 ‘J-뷰티’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은 정치 변수를 뛰어넘는 품질력과 브랜드 파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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