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스킨푸드, 협력업체 피해 최소화 나서야

스킨푸드 ‘기업회생’ 신청, 협력업체 줄줄이 피해, 활로 모색하던 로드숍 업계 이미지 실추 불안
아이피어리스 의혹에 대해 솔직한 답변 필요, 진정성으로 소비자, 협력업체와 관계 회복 절실

스킨푸드의 결정에 로드숍이 혼돈에 빠졌다. 스킨푸드가 1차 부도를 막기 위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재도약을 위해 움직이던 로드숍 업계에 거센 찬물을 끼얹어서다. 

지난달 말 화장품 Big2의 ‘아리따움’과 ‘네이처컬렉션’은 자사 편집숍에 타사 브랜드 입점을 선포하고 H&B스토어의 대항마로 나섰다. 오히려 로드숍 1세대 미샤는 편집숍 대신 원브랜드 장점을 고수하겠다며 BI를 리뉴얼 하고 매장 수를 늘리면서 로드숍의 부활에 앞장선 상황이다. 로드숍 업계 관계자는 “스킨푸드의 기업회생 신청이 로드숍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8일 스킨푸드 측은 이번 기업회생에 대해 “채무 조정과 빠른 기업경영 정상화가 채권자, 협력사, 가맹점 등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스킨푸드는 현금유동성 대비 과도한 채무로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 2017 감사보고서 ‘계속기업 존속능력 유의적 의문’ 제기

작년 성적표에서 스킨푸드의 고전은 예고됐었다. 2018년 4월 13일 스킨푸드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는 안세회계법인의 지적이 있었다.  

스킨푸드의 2016년 1690.2억원인 매출액은 2017년 1269.4억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2016년 5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7년 적자전환 했다. 적자금액만 98.3억원에 달한다. 

2017년에 들어서면서 자금회전도 급격히 나빠졌다. 작년 유동자산인 290.6억원에 비해 유동부채는 337.54억원이다.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46.9억원이나 많다. 현금 흐름이 녹록지 않다는 척도다.    

◇ 스킨푸드, 대출상환 및 고객·가맹점·협력업체 관계 회복 시급

현재 스킨푸드가 풀어야 할 삼중고는 채무상환과 부동산 가압류 그리고 가맹점 관리다. 

IBK 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채무상환이 시급하다. 당장 이달 10일 19억원을 갚지 못하면 1차 부도로 이어져야 했다. 스킨푸드가 부도를 피하기 위해 미리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12월 28일에는 10억원도 마저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더 큰 문제는 가맹점과 협력업체와의 불신이 불거졌다는 데 있다. 제품공급 중단 장기화로 인한 가맹점 불만도 터졌다. 결제가 미뤄지자 협력업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겨서다. 이미 견디다 못한 가맹점 폐업이 퍼지고 있다.

스킨푸드 점주 A 씨는 “공급받지 못한 제품 때문에 매장에 진열할 제품이 없는데 어떻게 장사를 할 수 있냐”고 푸념했다.

협력업체들도 스킨푸드 본사 부동산 가압류에 나섰다. 피어리스 부도로 야기된 ‘학습효과’가 연유다. 혹시나 모를 스킨푸드 부도를 대비해 가압류로 보험을 들었다는 고소인들의 조치가 뒷받침해 준다.

지난달 서울·수원·인천·대구지방법원이 스킨푸드 14개 협력업체의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용기·포장·유통·인쇄 등 14개 협력업체가 수천만원에서 3억원의 대금을 5월부터 지급받지 못했다는 이유에 근거해서다. 가압류 금액은 20억원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의 가압류 선택은 스킨푸드의 전신이 2000년 외환위기로 최종 부도처리 됐던 ‘피어리스’여서다. 스킨푸드 조윤호 대표는 ‘피어리스’ 조중민 전 회장의 장남이다. 스킨푸드 BI에 있는 ‘SINCE 1957’은 피어리스의 창립연도를 뜻한다. 

스킨푸드 B 협력업체 대표는 “피어리스 부도 당시 대금 미지급으로 고생했던 협력업체가 대부분”이라며 “스킨푸드 부도설이 나돌고 있는데 가압류는 당연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의 참신한 카피로 인기몰이했던 스킨푸드.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로드숍뿐만 아닌 업계 관계들의 참담한 한탄이 줄이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 C 씨는 “안타깝다. 유통변화를 이기지 못한 첫 사례인데 앞으로 원브랜드숍이 계속 어려울 텐데...”라고 걱정했다. 업계 브랜드 대표 D 씨는 “원브랜드숍 몰락의 전조인가”고 헸고, E 씨는 “피어리스에 이어 또다시... 화무십일홍”이라고 까지 말했다.

한때 로드숍 3위, 매출 2000억원대로 정점을 찍었던 스킨푸드의 추락은 로드숍 업계에 불안과 충격을 안겼다. 기업회생 신청으로 1차 부도를 막으며 한숨 돌린 스킨푸드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협력업체와의 관계 회복이다. 그간 자회사인 아이피어리스에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는 협력업체의 의혹과 의구심에 답할 때다.

소비자의 믿음, 협력업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생 발전'이 화장품산업의 원동력이다. 협력업체와 원만한 해결을 거쳐야 스킨푸드 회생이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다.

CNCNEWS=차성준 기자 csj@cn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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