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스킨푸드와 ‘모럴 해저드’

회생에 앞서 협력업체와 가맹점주가 제기한 의혹 해소에 진정성 보여야


스킨푸드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지만, 오너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기대난(難)’이라는 얘기가 업계에 돌고 있다.


회생 절차와 관련, 스킨푸드의 임원을 만난 업체 대표는 ”자꾸만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리는 행태를 보며 예전 피어리스의 부도 사실이 생각나, 앞으로도 회생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스킨푸드가 말하는 외부 환경은 △사드로 인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감소 △로드숍의 경쟁력 약화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시점을 말한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스킨푸드의 행태는 자금을 빼돌린 후 매각 후 정리라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심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킨푸드는 로드숍이면서도 몇 년 간 할인정책을 펴지 않았으며, 아이디어 제품이나 신기술 적용 화장품의 출시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각종 부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는 등 공급망 체계가 3년 전부터 흔들렸다“며 ”전적으로 외부 환경 탓이라기보다는 내부문제가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가지는 의심은, 공급망이 무너지는데도 자회사인 아이피어리스로의 일방적 자금 흐름이 계속됐다는 것. 방문 손님의 주차비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옥죄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는 ‘스킨푸드의 사모 펀드 인수 후 경영권만은 쥐고 있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3년여를 끌고 있음에도 대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자, 다수의 업체들은 작년 말부터 소송에 들어가 현재 10여 건의 송사가 걸려있다. 예전 피어리스 부도 경험으로 손해를 입은 협력업체들이 스킨푸드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이다.


조중민 피어리스 회장의 장남인 조윤호 대표는 피어리스 부도 4년 만인 2004년 스킨푸드를 설립했다. ‘먹는 화장품’이란 콘셉으로 가맹점 400여 개, 해외 11개국 진출 등 한때 업계 3위에 오르는 등 성장했다. 로드숍 간 경쟁 심화와 H&B숍에 밀리면서 경영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지난 10월 8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11월 19일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 받았지만, 가맹점주들의 보증금, 판매수수료 지급을 둘러싸고 항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로드숍 1호 법정관리 업체’란 불명예를 안은 스킨푸드와는 달리 타 로드숍들은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이블씨앤씨의 경우 점포 구조조정과 리뉴얼, M&A(미팩토리를 324억원에 지분 인수) 등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과 잇츠한불도 신제품 출시와 함께 해외 수출에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스킨푸드의 법정관리는 협력업체와 가맹점주, 임직원에게 심각한 손해를 입혔다. 법정관리 원인을 두고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오너 일가의 ‘모럴 해저드’ 때문이다.


법정관리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고 내부적으로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는다면 ‘회생 정상화 후’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스킨푸드의 현실이다. 상생을 위해 ‘파이팅’를 외치려면 ‘모럴 해저드’부터 해소하는 진정성을 앞세우고 그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스킨푸드로 인해 로드숍 전체의 이미지 실추와 연쇄 위기에 빠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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