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화해'가 불편한 이유

성분+댓글로 화장품 기업 줄 세우기...로드숍과 이벤트, 오프라인 스토어 오픈, 자체 브랜드 출시설 등 쇼핑몰 행보로 업계 비판 고조

화해 어플에 대해 화장품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성분 정보와 댓글을 미끼로 화장품기업 서열 매기기, 부정확한 정보로 케모포비아를 조장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엔 아예 오프라인 스토어 오픈, 자체 뷰티브랜드 출시설 등이 제기되며, 업계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화해 첫 페이지부터 화장품기업 줄 세우기는 시작된다. 유저들이 뽑은 랭킹을 전면에 내세우고, ○월의 인기 신제품, 화해 쇼핑, 화해쿠폰, 화해플러스, 이벤트 등 여느 쇼핑몰 못지않다. 성분 정보 제공을 미끼로 쇼핑몰처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랭킹 순위 절반 이상 제품에 ‘화해쇼핑’을 연결했다. 연령대별 랭킹 전체 50개 품목 중 29개에 ‘화해쇼핑’을 걸었다. 자사몰을 통해 판매를 유도하는 노골적인 마케팅이다. 여기에 각종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최근에는 로드숍 5곳과 여름 시즌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아예 ‘장삿속’을 내비쳤다.


A업체 관계자는 “수년 전에 공신력이 있어 보였다. 지금은 너무 많은 제품을 다루고 있어 오히려 형평성에 의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홍보수단으로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B사는 “화해 어워드 상반기, 하반기 한 번씩 하는데, 좋은 성분 시상 부문에서 순위에 들면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화해가 아니더라도 아마 성분을 다루는 앱이나 플랫폼은 존재했을 것”이라고 했다.


화해를 바라보는 화장품업계의 시선은 성분과 댓글을 무기로 운영하는 ‘쇼핑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제 ‘첫 세럼 더 ○○○, 화해 뷰티 어워드 '베스트 신제품' 선정’, 썬 ○○○ 화해 선케어 전체 1위 달성 기념 '브랜드 데이' 이벤트 실시!, 화해 선케어 부문 1위 달성 기념 스페셜 구성 세트 ○○ 전 지점 한정 판매 실시!, ○○○, 2017 화해 뷰티어워드 6관왕 달성 쾌거 등 문구에서 보듯 화해가 마케팅 도구로 변질됐음을 말해준다. 이 과정에서 화장품 기업 줄 세우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화해의 버드뷰 이웅 대표는 장업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화해가 탄생한 최초의 배경은 화장품 정보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큐레이션하고 이를 가감 없이, 보다 편리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화장품으로 ‘장사’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자체 브랜드·제품 론칭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만 “내년 말 이후 현재 오프라인에서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콘셉트의 오프라인 스토어 오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장사’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면서 정작 기업들을 줄 세우고 ‘화해쇼핑’으로 내몰고 있다. 또한 그는 “배합한도와 배합금지 원료를 표시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며, “오프라인 스토어 오픈 계획”도 밝혔다. 성분의 배합비율은 기업의 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화장품 판매업 진출은 업계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다.
 
화해가 제공하는 성분 정보는 ▲식약처의 알레르기 주의성분 ▲대한피부과의사회의 피부타입별 성분 ▲이은주의 ‘20가지 주의성분’ ▲EWG 스킨딥 홈페이지의 ‘성분별 안전도 등급’ 등을 취합한 수준이다.


특히 EWG 안전도 등급에 논란이 있음에도 이를 잣대로 구체적 설명 없이 유해성 표시만 해놓음으로써 소비자에게 정보 부재와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기초의과학자 박철원 박사는 블로그에서 “우리나라 화장품 성분 안전성은 미국 환경단체인 EWG의 화장품 성분 유해도 데이터에 의존한다. 유해성 연구 결과가 없으면 낮은 등급을 준다. 제일 낮은 등급이 1등급이고 유해도가 제일 많은 것은 10등급이다. 대다수 화장품 화학합성성분은 유해성 연구를 선행하지 않고 화장품 성분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그들 성분은 대다수 EWG 기준에 의해 1등급이 될 수밖에 없다. 안전해서가 아니라 ‘유해성 연구를 실시하지 않아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EWG도 1-2등급이 안전하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즉 우리나라는 EWG 화장품 유해도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꾸라지처럼 계속 흙탕물을 일으키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적었다.


화해는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단체도, 화장품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기관도 아니다. 또 화장품산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단순 온라인 업체일 뿐인데, 식약처의 임상을 통과한 화장품에 대해 화해가 안전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화해 어플의 문제점으로 ▲화장품법의 성분 안전에 대한 부정 ▲신뢰성 없는 안전도 기준 사용으로 왜곡된 정보 전달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 전달로 제품에 대한 오인 초래 ▲왜곡된 정보 전달로 소비자의 구매와 화장품 시장에 혼란을 부추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한국독성학회는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화학물질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강조했다. 이날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성인 1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생활화학물질 위해성 국민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40.7%가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이 너무 두려워 떠올리기조차 싫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케모포비아가 확산하는 데는 화학물질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나 편견이 큰 몫을 한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이병무 교수(독성학)는 “‘유해성’은 물질의 고유 독성을 의미하며, ‘위해성’은 화학물질에 노출 됐을 때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유해물질의 검출 자체가 인체 안전성 기준이 될 수 없다. 유해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자료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물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산소·물·소금도 유해성을 가진 화학물질이다. 생활화학제품에도 의도치 않게 유해 물질인 불순물이 남는다.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순물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감독기관에서 허용기준치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뢰성 ▲관련성 ▲일관성 등 3요소를 갖춘 정보를 토대로 식품· 화장품 등에 대한 위해평가·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화해’가 더 이상 기업을 불편하게 하고, 화장품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업계는 바라고 있다.


현재 대한화장품협회는 홈페이지를 개편, 화장품성분 사전을 구축 중이다. 올해 안에 소비자들은 신뢰성이 담보된 ‘화장품 성분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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