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따움의 타 브랜드 취급 이유는 원브랜드숍→H&B숍으로의 구조적 이동에 따른 대응이다. H&B숍의 성장세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데서, 타 유통채널의 반격도 시작됐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공언한대로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쇼핑’이 6월말 코엑스 영풍문고 자리에 1호점을 선보인다. 삐에로쇼핑은 정 부회장이 직접 1년간 준비했다고 밝힐 만큼 공을 들이는 매장. 올해 10호점까지 늘리고 향후 100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삐에로쇼핑의 화장품 비중은 약 40%이며 이에 따라 많은 업체가 입점 가능하다. △중저가 브랜드 △아이템상품 △캐릭터 화장품 등이 그 대상이며 5월말까지 제안을 받는다”고 전했다.
또한 “입점 조건은 1년 이내 생산 제품으로 공급가 책정, 직매입이며 익월 15일 전량 결재한다”는 조건도 설명했다.
삐에로쇼핑은 일본 돈키호테의 경영 전략을 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돈키호테는 작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714만 명 중 3분의 2가 찾을 만큼 유명한 ‘쇼핑 성지’다. 돈키호테는 상품 많고 싸고 재미있는 ‘하나뿐인 가게’가 슬로건이다. 여기에 재치 발랄하며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어떤 경쟁사보다도 가장 저렴한 매장’이 콘셉트다. 싸다고만 하면 다이소 등 100엔숍과 출혈경쟁을 하게 됨으로 여기에 변화를 줬다. 가성비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군과 심야 영업을 통한 고객 편의성 증진, 그리고 펀(fun)이다.
돈키호테의 SKU(상품 가짓수)는 보통 4~6만개, 대형 매장은 10만여개다. 2~3만개인 100엔숍, 드러그스토어 보다 2~5배 많다. 생필품·전자·패션·식음료·스포츠용품·명품 등 ‘저가 백화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사하는 전략은 ‘미끼’다. 상품이 많고 다양하므로 일부 미끼상품을 적자를 보고 팔더라도 다른 상품으로 만회가 가능하다.
매장의 상품은 뒤죽박죽 진열돼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상품이 배열되고 가게 안은 미로처럼 구성됐다. 고객이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으려면 꼼꼼히 살펴야 한다. 창업주 야스다 다카오는 “완벽하게 정리 정돈된 매장에는 쇼핑의 즐거움이 없다. 긴부라(긴자를 할 일없이 서성이는 행위)처럼 손님들이 돈부라(돈키호테 매장을 돌아다니는 것)하게 하는 게 우리의 강점이다”라고 말한다. 고객은 보물찾기 하듯 돌아다니다 보니 남성보다 여성에게 인기다. 실제 여성 고객 비중이 72%이며 절반이상이 20~40대 여성이라고 한다.
코트라 오사카무역관 오은진 주재원은 돈키호테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철저한 소비자 및 제품조사로 소비자 매혹 △경쟁사 제품과 세세한 비교 필수 △주 소비자가 젊은층으로 저렴한 제품 선호, 디자인에 민감 등이 돈키호테 입점 조건”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H&B숍은 최근 3년간 매년 3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했다. 신세계의 ‘부츠’ 신규 진입, GS리테일의 ‘랄라블라’의 사명 변경과 출점 증가, 롯데 롭스의 사업 확장 등으로 파이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는 개인형 멀티브랜드숍(2003년 이전. 전문점)→폐쇄형 원브랜드숍(2003~2014)→기업형 멀티브랜드숍(2015~) H&B으로의 재편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올해 1분기 H&B숍 전체 매장은 1690개이며 이중 올리브영이 1104개로 시장 점유율이 65.3%에 달한다. 올리브영의 주요 고객은 10대 후반~30대 초반 고객 비중이 90%다. 취급 상품은 약 1만 3000여개이며 뷰티 카테고리가 약 55%를 차지한다. 2018년 1분기 매출은 3745억원이다.
신세계 삐에로쇼핑의 주 타깃은 올리브영과 겹친다. 아모레퍼시픽의 편집숍인 아리따움도 1020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를 위주로 영입 제안을 했다. 따라서 소비자 니즈에 따른 마케팅 전략이 성패를 가름할 전망이다.
올리브영은 근거리 쇼핑, 소량 구매 등 소비 패턴의 지속 변화에 대응하며 지속적인 매장 출점 및 포맷 다각화, 핵심역량 강화 방침을 밝혔다. 삐에로쇼핑은 돈키호테 벤치마킹 전략으로 맞선다. 아리따움은 강남 아리따움 플래그십 스토어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에 맞춘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선보인다.
바야흐로 10년 주기의 화장품 유통채널 변화가 원브랜드숍→멀티브랜드숍으로의 진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기존 유통채널과의 ‘큰 차별화’가 구체적 변화와 가속도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