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로드숍 vs 편집숍 유통채널 지각변동

2019년 K-뷰티 熱戰[7] 매장 및 매출 감소 ‘로드숍’, 타사 브랜드 취급 등 유통 채널 다각화로 Z세대 모시기 총력
내년 롭스 매장 늘리기로 파이 커진 ‘편집숍’ 올리브영-롭스 2강 구도 예상, M+Z세대 편승 전략 필수

‘디지털 원주민’, ‘유튜브 세대’로 일컬어지는 Z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연말을 장식했다. 1990~200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Z세대’는 △멀티테스킹 △소유보다 경험&공유 △콘텐츠 직접 생산 등 소비의 주도권을 확대 중이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공유한 내용을 직접 체험하고 검증한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들에게 ‘화장품’도 예외가 아니라는 예측도 나온다. ‘원브랜드’에서 ‘멀티브랜드’로 옮겨가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풀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부터 전체 소비자의 40% 이상이 ‘Z세대’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이들에게 화장품 시장에서도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체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편집숍’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화장품 시장에서 2018년은 로드숍과 편집숍의 명암이 엇갈렸다. 

7월 국세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화장품 로드숍 매장이 3.0% 감소했다. 국내 상위 10개 로드숍 브랜드 매출총액은 2016년 3조3613억원에서 2017년 2조8242억원으로 큰 폭 하락했다.
국내 로드숍의 선두인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13% 줄었다. 2018년 2분기 토니모리, 에뛰드하우스, 3분기 에이블씨엔씨(미샤)는 적자전환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스킨푸드가 10월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다수의 매체는 ‘로드숍의 몰락’으로 여론을 몰았다. 

반면 국내 H&B 스토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6320억원에서 작년 1조7000억원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올해는 2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로드숍의 저조한 성적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가 끊기면서 로드숍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며 “로드숍 간의 출혈 경쟁에 H&B스토어의 급성장이 더해지면서 로드숍 브랜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1. 타사 브랜드 취급 등 로드숍 자구책 강구 

올해 로드숍의 가장 큰 이슈는 유통채널 다각화 움직임이다. 위기를 직감한 로드숍이 새로운 소비 주체인 Z세대를 매장으로 모시기 위해서다. 

특히 화장품 Big 2의 타사 브랜드 취급은 자사 브랜드만 판매하는 로드숍 생존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했음을 시사한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 편집숍 아리따움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타사 브랜드를 취급하기 위해 올해 5월부터 SNS에서 ‘핫’한 중소 브랜드와 미팅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결국 9월 29일 플레그십 스토어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을 오픈하면서 메디힐, 더툴랩, 스틸라, FARMACY, LA MUSE, 한아조, Day After Day 등 59개의 외부 브랜드를 함께 진열하며 크로스 판매를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의 선전이 지속될 경우 점차 타사 브랜드 취급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이 H&B스토어의 대항마로 나설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관점이다.  

로드숍의 위기를 감지한 LG생활건강의 대처도 눈여겨 볼만하다. 같은 날인 9월 28일 LG생활건강은 편집숍 네이처컬랙션의 ‘VTXBTS 에디션’ 판매를 결정하면서 VT코스메틱과 방탄소년단이 콜래보레이션한 제품을 독점 론칭하게 됐다. 10월 6일부터 온·오프라인 동시 판매를 시작한 이번 에디션은 59종의 제품으로 라인업했다. LG생활건강은 추후 협업할 수 있는 브랜드 발굴을 지속할 계획이다. 

로드숍 1세대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작년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과 사내 유보금을 합친 2289억원을 ‘미샤’와 ‘어퓨’ 브랜드에 2년간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다. 

이미 올해 4월부터 미샤와 어퓨의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고, 바뀐 디자인에 맞는 인테리어도 교체했다. 특히 200개의 신규 매장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한편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처음 개장한 강남의 플레그십 스토어 ‘갤러리 M’을 명동으로 옮기며 ‘메가 스토어’로 명칭을 바꿨다. 내년 명동의 상권 부활을 염두한 전략적 이전이다.

토니모리는 새로운 채널로 편의점을 택했다. 올해 1월 GS25와 손잡고 색조화장품 ‘러비버디’로 편의점에 진출한 토니모리는 11월 23일 미니스톱과 색조화장품 ‘피키비키’까지 론칭에 성공했다. 잇츠한불은 H&B스토어 채널 진입을 위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가칭)플라멜’을 내년에 선보일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방문하면 해당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로드숍 고유의 강점을 고객에게 어필하면서 새로운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신규 채널 진입에 대한 투 트랙 전략을 업계가 고민하고 있다”며 “올해 4분기부터 로드숍 매출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또 내년에는 유커의 유입으로 명동 상권의 부활이 예상되고 있어 H&B스토어를 향한 로드숍의 반격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2. 올리브영 독주 판도 변화 예상

돈의 흐름에 민감한 대형 유통기업도 ‘Z세대’를 염두하고 ‘편집숍’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섰다.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인 유통사는 ‘롭스’를 운영 중인 롯데쇼핑이다.

2017년 H&B스토어 시장 규모는 1조7000억원이다. 이중 올리브영의 매출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올리브영은 이미 8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올리브영의 독주는 몸집의 크기에 비례한다. 

바바그룹 김성수 전무는 “2018년 10월까지 올리브영의 매장수는 1010개를 넘어섰다. 반면 랄라블라와 롭스는 각각 190개, 111개에 불과하다. 매출 차이는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내년 H&B스토어 시장은 올리브영의 독과점 구조가 재편될 수도 있다. 롯데가 그룹차원에서 ‘롭스’ 매장을 대거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편집숍 채널의 지각변동을 예측했다. 



이어 “롯데가 운영하는 롯데슈퍼(420개)와 하이마트(460)에 롭스의 입점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GS리테일도 GS슈퍼마켓에 랄라블라 입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롭스의 매장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면 올리브영의 매출을 따라잡을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편집숍의 전략적인 확장도 눈에 띈다. 2016년 12월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1호점을 낸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는 올해 12월 19일 19호(대구 동성로점), 21일 20호(부산 서면점)를 연이어 개장했다. 시코르의 2019년까지 40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B급 감성으로 무장한 ‘삐에로쑈핑’은 6월 코엑스점 오픈을 시작으로 12월에만 3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면서 반년 동안 6개 매장을 확보했다. 특히 6호점은 외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인 ‘명동’에 4층 규모로 진출했다. 이마트 측은 내년 명동 상권이 부활할 것으로 예견하고 명동 예술극장 옆 신한은행 명동점 건물에 삐에로쑈핑 매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소비 중심인 M(밀레니얼)세대에 신흥 세력 Z세대가 가세하면서 2019년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예측이 이어진다. ‘M+Z’ 소비 트렌드 편승 전략 찾기가 ‘로드숍’과 ‘편집숍’에 중요한 시점이 됐다.

CNCNEWS=차성준 기자 csj@cncnews.co.kr

2018년 화장품산업 이슈를 돌아보며, 2019년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짚어본다. 2019년은 내수와 수출 분야에서 화장품산업의 한 획을 긋는 변혁의 해로 전망된다. ①K-뷰티, 중국시장에서 주도권 상실 ②73년만에 LG생활건강 ’후‘ 1등 브랜드 등극 ③K-ODM 증설 완료, 중국 시장 ’쾌청‘ ④브랜드사 생존 위협 ’제조업자 표기‘ 변경 요구 ⑤중국 화장품법규 정비, 비무역장벽 강화 ⑥한국 ODM사 무더기 FDA 경고 ⑦로드숍 vs 편집숍 유통채널 지각변동 ⑧인플루언서 마케팅 효율성 논란 ⑨화장품법 개정과 규제 완화 요구 ⑩화장품업계 이슈, 미투·52시간 근로제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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