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및 조직 개편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기대한 만큼 파격적인 조치는 아니었지만, 마케팅 김상무가 다른 사업부로 떠나게 된 것이 큰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팀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남아 있을 수 있었으며, 최상무도 스스로 회사를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있기로 하였는데, 마케팅부는 새로운 마케팅 임원이 올 때까지 최상무가 당분간 겸임하게 되어, 그 동안 최상무에게 사사건건 반대해왔던 이팀장의 입장이 더욱 난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대리와 박성준은 새로 신설된 사업개발팀에서 그들이 제안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다행인 것은 껄끄러운 이팀장 밑에서 계속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장조사 업무는 앞으로 마케팅부에서 하지 않고 영업지원팀에서 하게 되었기 때문에, 신대리는 영업지원팀의 새 담당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느라 사업개발팀에 일주일 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신대리가 사업개발팀으로 짐을 옮겼을 때는 이미 골방 같았던 작은 공간도 어엿한 사무실로 그럴싸하게 바뀌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제가 왔습니다.” 신대리는 밝은 표정으로 박성준과 사업개발팀 조윤희에게 인사를 하였다. “어머! 어서 오세요. 미리 말씀
최근 미국에서 K-뷰티가 화제를 모으면서 많은 화장품 기업이 미국 시장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기능성 화장품의 OTC 등록 여부를 두고 컨설팅 또는 인허가 대행 업체에서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 관계자들의 정확한 내용 숙지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연구원이 “우리나라 기능성 화장품은 미국 FDA가 필수인가” 기고를 통해 “국내의 미백/주름개선 기능성 화장품은 OTC 등록이 불필요하며 그냥 화장품으로 등록하면 된다”고 알려왔다.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주임연구원은 기획조사팀에서 해외시장 동향 조사 및 화장품 수출 활성화 지원, 글로벌코스메틱 포커스 편집 제작 업무를 맡고 있다. [편집자 주] □OTC 기준 품목은 6가지뿐 그렇다면 만약 기능성 제품을 화장품으로 등록을 하면 나중에 문제는 없는가? 기본적으로 화장품으로 제품이 등록되면 FDA에서 전수 모니터링을 하지는 않으므로, 소비자 claim이나 경쟁사의 신고 등이 없다는 가정하에 문제될 소지는 크게 없습니다. 무엇보다 의약품으로 오인할 만한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화장품으로 등록이 가능합니다. 현재 FDA에서 공식적으로 OTC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품목은
최근 미국에서 K-뷰티가 화제를 모으면서 많은 화장품 기업이 미국 시장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기능성 화장품의 OTC 등록 여부를 두고 컨설팅 또는 인허가 대행 업체에서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 관계자들의 정확한 내용 숙지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연구원이 “우리나라 기능성 화장품은 미국 FDA가 필수인가” 기고를 통해 “국내의 미백/주름개선 기능성 화장품은 OTC 등록이 불필요하며 그냥 화장품으로 등록하면 된다”고 알려왔다.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주임연구원은 기획조사팀에서 해외시장 동향 조사 및 화장품 수출 활성화 지원, 글로벌코스메틱 포커스 편집 제작 업무를 맡고 있다. [편집자 주] □ 화장품/OTC의 정의 미국 FDA에서 규정하는 화장품/OTC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화장품 : FDA defines cosmetics by their intended use, as "articles intended to be rubbed, poured, sprinkled, or sprayed on, introduced into, or otherwise applied to the human body...for cle
“사장님, 국내 시판시장은 지금 한 마디로 아수라장입니다. 과도한 할인과 판촉 경쟁은 이미 브랜드 생명을 갉아 먹다 못해 회사의 이미지까지 삼키고 있습니다. 그 예로 우리회사 제품들은 이미 전문점에서 40% 이상 할인을 하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는 제품들로 가득합니다. 우리회사는 더욱이 단기적 매출 증대에 급급하여 직영 영업소를 통한 매출 밀어내기를 자행하였고, 이는 우리회사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신대리, 질문과는 거리가 먼 얘기인 것 같은데….” 김상무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는 직영영업소 문제가 워낙 첨예한 일이라 여기서 거론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상무님. 이건 매우 중요한 연결선상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자금을 맡고 계시는 유이사님도 계십니다. 아까 우리회사의 자금 여력에 대해 말씀 하셨습니다. 우리회사가 방문판매부터 시작하여 30년간 상당한 자금을 축적한 것으로 다들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갑자기 자금력에 문제가 생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직영영업소의 증대입니다. 사무실 임대료 및 인건비는 무시 못할 자금 투입입니다.” 신대리가 유이사를 힐끔 바라보자 유이사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자리로 돌아오자 마자 이팀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신대리는 이팀장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이젠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회사를 떠날 각오로 저지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팀장의 한바탕 소란 중에 이번에는 김상무 방으로 불려갔다. 신대리는 똑 같은 소리를 다시 한번 들어야 했다. 그들은 위아래도 못 알아 보는 조직의 암적인 존재로 그를 몰아 부쳤다. 점심식사 시간 내내 식사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이 퍼붓는 욕을 신대리는 받아 넘겨야만 했다. 그러던 한 순간 김상무도 이제 지쳤는지, 잠시 말을 끊었고 일순 침묵이 방안에 가득 잠겼다. 신대리가 어색한 정막을 깨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는 더 이상 전 직장에서처럼 도망치듯 회사를 떠났던 겁장이가 아니었다. “팀장님, 상무님. 저는 오늘과 같은 보고를 1년 동안 매월 올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올린 보고는 위로 올라가면서 누락되고 왜곡되어 왔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 진정 회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 같은 암적인 존재를 수술해서 도려내시겠다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미 저는 각오하고 한 일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두 분께 진정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손자병법에
“Stuck In The Middle이라, 이에 대해 여러 번 보고한 바가 있다고?” 사장은 신대리의 말을 끊고 다시 한번 강한 눈초리로 이팀장과 김상무를 노려 보았다. 왜 신대리가 직속 상사를 뛰어 넘어 이런 모험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비로소 알 것만 같았다. “네, 사장님. 매월 시장조사 보고서를 통해 정기적으로 보고 드렸습니다.” “알겠네. 그래, 어디 계속 얘기해 보게.” 사장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고 온화한 눈빛과 미소로 다시 신대리에게 말했다. “네. 저는 작년에도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한 본원적 경쟁 우위에 대해 여러 임직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 바가 있습니다. 경쟁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품의 차별화 및 집중화, 아니면 원가적 우위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중간한 상태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변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비록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무엇 하나라도 경쟁사와 다른 것이 있어야만 합니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다른 점 하나가 고객의 마인드를 파고들어가 한 자리를 차지하게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전략을 보면 모두가 비슷비슷합니다.
“이팀장! 내가 직원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겠다는데,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 설령 이게 개인적인 보고라 해도 그 정도 판단도 못한다면,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있겠나?” 갑작스럽게 사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사장은 자신의 의도를 가로막으려는 이팀장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험악하게 그를 노려봤다. “자 그러시지 마시고 어디 우리 신대리 얘기나 들어보시죠. 신대리 어서 보고하게나.” 최상무가 신대리에게 초점을 다시 돌리게끔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네, 그럼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 보고서는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1년 동안 안테나 매장을 통해 들어 온 우리 주요 고객의 의견을 정리하였으며, 안테나 매장이 한정된 표본수라 생각되어, 전국적으로 그 외 주요 화장품전문점들을 제가 수개월간 직접 방문 또는 전화를 통해 수집한 자료입니다. 이 속에는 비단 화장품전문점뿐만 아니라 지금 급부상하고 있는 브랜드숍을 방문해서 각각의 브랜드숍이 가지고 있는 컨셉과 제품구성을 분석하여..., 경쟁사 대비 우리회사의 현 전략을 비교한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비록 저 개인이 한 일이겠지만, 그 내용은 감히 객관적인 조
지금도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때 내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면, 그 때 지점장이 나를 한 순간이라도 보호해주었다면, 그때 내가 그 대형대리점을 담당하지 않았다면… 과연 내가 대기업에서 계속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을까? 어찌 되었건 나는 분명 그때 지점장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망친 것이었다. 한 순간의 젊은 혈기로 무책임하게 회사를 떠난 나도,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책임을 전가한 지점장도, 모두 책임감 없는 사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나 하나를 보고 따르며 법인으로 전환하고 노력했던 작은 대리점 사장들을 버렸고, 그 지점장은 한 젊은이의 꿈과 미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았다. 퇴직처리를 하기 위해 본사 인사팀을 갔다가 나는 우연히 영업부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배를 만났다. 당시 TFT에 차출되어 본사 건물에서 일했던 선배는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말에, 너처럼 성과가 좋은 사람이 왜 회사를 그만두냐며 이유를 집요하게 물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신세한탄처럼 지점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그후 1년 후에 나는 입사동기로부터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지점장이 좌천되었다가 회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만났던 선배가 소속되었던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