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자상거래법은 여러모로 복합적으로 읽힌다. 먼저 중국 정부의 통제다. 중국상무발전 13.5규획을 통해 소비중심 성장을 내걸었지만, 기업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정부 주도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을 통해 디지털경제의 고삐를 확실히 틀어쥘 수단이 전자상거래법 제정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을 통해 ‘첨단기술 굴기’를 추구한다. 핵심 부품과 원자재 자급률을 2015년 40%에서 2020년 70%로 끌어올려 중국 내 완벽한 서플라이 체인(홍색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국가 간 분업이 아니다. ‘표준화’에 성공한 자가 독식하는 구조다. 중국의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우리나라를 비롯 외국에게는 디지털무역장벽으로 작용될 게 뻔하다. 게다가 마윈 회장의 알리바바 포기는 ‘정부 통제’를 열어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편으로 이를 저지하겠다는 게 트럼프가 미중 무역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블랙미러’는 소셜미디어의 점수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평점이 모자라 비행기 예매에 실패한다. 병원 치료도 평점으로 결정돼 암 환자라도 점수가 안되면 수술을 받을 수 없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 중국이 세계 최초의 디지털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실제 웨이잰궈(魏建國) 중국 전 상무부 부부장은 “중국은 모든 산업 생산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가면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트라(KOTRA) 글로벌 지역전문가 유향란 절강공상대학 교수는 “중국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 권익 보호 성격이 강하고 공급자나 플랫폼의 규정 위반시 처벌 수준이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도 관련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플랫폼 경영자와 플랫폼에 진입한 기업(매장운영업체)들도 관리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전자상거래의 범주를 넓게 정의하고 있어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전자상거래법은 ‘전자상거래 경영자’에 대한 책임을 크게 강화했다. △시장경쟁에 공평하게 참여 △소비자 권익 보호 △환경보호 △지적재산권 보호 △사이버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등에 관한 의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 △정부와 사회의 감독 등을 명시하고 있어 경영자에게 포괄적 책임을 지우고 있다.
제9조의 전자상거래 경영자로는 △플랫폼 경영자 △플랫폼 내 경영자 △자체 홈페이지나 기타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제품을 서비스하는 판매자 등이 포함된다. 또한 지금까지 개인 온라인쇼핑몰(타오바오 내 개인매장 개설, 온라인플랫폼 내 자영POP매장, 웨이상 상점 등)을 개설하려는 사업자도 시장주체 등기가 의무화된다. 몰인몰(mall in mall), 숍인숍(shop in shop)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사안별로 보면 ▲가짜, 짝퉁의 책임은 판매자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연대 책임 ▲플랫폼 경영자가 리뷰나 악성 댓글을 임의로 삭제하면 최고 50만 위안의 벌금형 선고 ▲평가내역 조작이나 댓글 알바 고용해 ‘좋아요’를 누르는 등 조작행위 금지 ▲경매식 검색영업을 진행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반드시 ‘광고’라고 표기 ▲소비자와의 분쟁 대비 원본계약서와 거래내역서 제공, 민원신고 시스템 구축 ▲택배배송 기한 엄수 및 제품 운송 중 리스크나 책임 부담 ▲웨이상, 플랫폼 방송판매도 전자상거래 경영자로 포함되어 시장주체등기 의무화 및 책임 ▲끼워팔기나 번들링(두 개 이상의 제품을 하나로 묶어 판매) 금지 등에 유의해야 한다.
기존 웨이상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국경절 연휴 후 상해 푸동에 착륙한 비행기에서 중국 세관이 화장품 등 럭셔리 물품에 대해 거액의 세금을 때리면서 우려가 커졌다. 승객 150명 중 100여 명이 거액을 물게 했다고 한다. 중국보다 가격이 30~40% 싼 해외쇼핑은 세관이 면세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가격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타오바오 내 입점사업자의 매출 규모가 드러나고 세금을 부과함에 따라, 왕홍·인플루언서 등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매니지먼트 기획사로 통합되면서 기업화가 더욱 촉진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경기 하강을 우려, 내수 진작을 위해 해외 소비를 본국으로 돌리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내수 확대 전략이 현실화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나라가 한국이다. 따이공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국내 면세점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택배회사와 연계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자상거래법은 한국 업체에게도 브랜딩 전략, 위생허가, 따이공, 왕홍마케팅 등 디테일에서의 규제가 예상된다. 타오바오의 빅데이터의 활용도 어렵다. 중국만 바라보는 한국 화장품산업 위상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