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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의정서 집중탐구 (上)] 나고야의정서 칼자루 쥔 ‘개도국’의 도발

나고야의정서 무기 삼은 개도국, 파생물 자국법에 ‘이익공유’ 범위 설정 시작으로 ‘유전자 정보’ 및 의정서 ‘소급효’ 강한 주장 잇따라…

“나고야의정서의 핵심은 개도국의 유전자원 이익공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유전자원이 ‘돈’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더욱 적극적이다.” 8년간 나고야의정서 업무를 맡아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주하 책임연구원의 관점이다.

올해 8월, 1년간의 유예 끝에 국내에서도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됐다. 반면 업계는 당황스럽다. 도대체 기업에서 타국의 유전자원 이용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막막해서다.



나고야의정서의 메커니즘은 △유전자원 접근은 ‘제공국의 법령’을 따른다 △제공자와 이익공유 등의 규정을 포함한 ‘상호합의(MAT)’를 체결한다 △정부에 ‘사전신청’하고 ‘허가’를 받는다(PIC) △유전자원을 이용국에 이전한다 △MAT에 기초해 ‘이익공유’를 실시한다 등으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나고야의정서가 명시한 유전자원은? ‘동물’, ‘식물’, ‘미생물’이 해당된다. 또 유전자원과 관련된 ‘전통지식’을 활용해 이익이 나면 이것도 대상에 속한다. 사실 전문가들은 미생물의 경우 원산지 확인이 어렵다는 게 나고야의정서의 맹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산지가 외국이어도 잘만 다듬으면 미생물은 얼마든지 우리 유전자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 화장품 원료 사용에 치중된 ‘파생물’ 관리 시급

오히려 화장품 활용도가 높은 ‘파생물’에 대한 나고야의정서의 모호한 입장이 문제가 됐다. 

현재의 나고야의정서를 있게 한 생물다양성협약에 ‘파생물’의 개념을 유전자원에 포함하자는 개도국 주장이 거셌다. 물론 선진국의 거부도 만만찮았다. 결국 나고야의정서의 유전자원에 속하지 않지만, MAT에 의한 이익공유 대상 설정 조항에 '파생물'이 신설됐다.  

‘파생물’의 정의는 생물자원 또는 유전자원의 유전자 발현이나 대사 작용으로 자연적으로 생성된 ‘생화학적 합성물’을 의미한다. 유전의 기능적 단위를 포함하지 않아도 관계없다. 파생물은 제약보다 화장품에서 유독 많이 활용되는 원료다.

이주하 책임연구원은 “현재 파생물도 자국의 나고야의정서 이행법에 포함시키는 분위기가 개도국 중심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라고 말했다. 즉, 개도국이 이익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있다는 풀이다.

실제 나고야의정서의 ‘유전자원 이용자는 제공국의 법령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이용해 개도국 중 일부는 ‘파생물'을 자국법의 테두리에 가두는 추세다. 아프리카 연합, 브라질, 인도,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 등이 주요국이다. 

개도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짝 더 강대국을 옥죄고 나섰다. ‘유전자 정보’까지 추가하려는 요구로 이익을 더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예정이다.



◇ 개도국, ‘유전자 정보’ 이어 나고야의정서 ‘소급’까지 돈벌이 나서

사실 개도국은 파생물의 동의까지로 그치려 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기회로 엮이게 됐다. 유전자 해독기술이 진전을 보이자 개도국은 실물뿐만 아닌 무형의 정보(Intangible information)에도 이익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유전자 정보’도 나고야의정서의 대상이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도국과 강대국의 더 큰 대립은 나고야의정서의 ‘소급효’에 있다. 유전자원 이용 기업들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어 실무상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고야의정서는 2010년 채택, 2014년 발효됐다. 그런데 발효 이전부터 공급받아 사용돼왔던 자원도 이익을 나눠야 한다며 개도국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다. 2012년 일본이 추산한 나고야의정서 소급적용 피해규모는 최대 21조엔에 달한다. 이에 일본 산업계는 “나고야의정서가 소급효만 막아줘도 피해는 덜할 것”이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현재 이익공유 범위를 두고 양측은 계속 대치 중이다. 그 이유는 강대국의 식민지를 겪었던 개도국이 물러서지 않아서다. 식민지 시절부터 앗아간 유전자원으로 강대국이 상품을 만들고 영위를 누린 반면 유전자원의 소유자인 개도국은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어떻게든 나고야의정서로 한몫 챙기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강대국이 나고야의정서에 손을 든 이유는 다르다. R&D를 통한 제품 개발 및 연구 활동을 강조하며 유전자원에 접근하는 통로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나고야의정서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접근은 개도국과 강대국의 ‘동상이몽’에서 파생됐다. 

생물다양성협약이 체결된 1993년만 해도 개도국은 유전자원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그사이 바이오 기술이 발전하자 개도국들은 유전자원과 관련된 가치를 인식하게 됐고 새로운 캐시카우에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나고야의정서가 글로벌 성격을 지닌 국제 규범으로 성장한 배경이다.(나고야의정서 집중탐구 中에서 계속)

CNCNEWS=차성준 기자 csj@cn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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