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정서와 관련된 유전자원 제공국의 현지 상황을 우리 기업이 사전에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칫 분쟁에 휘말려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Case Ⅰ] 국내법 지킨 몬산토 향한 인도 정부의 고소
GMO(유전자변형) 관련 세계 최고 다국적 기업인 ‘몬산토’와 ‘마히코’가 함께 고소당했다. 마히코는 몬산토의 인도 자회사다.
몬산토 및 마히코가 나고야의정서에 입각한 유전자원 관련 자국법을 정확히 준수했음에도 인도 정부가 소송을 단행했다. 유전자원 제공국의 이익 추구 '만행'이 국내 기업의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유전자원 제공국의 여론을 파악 못한 채 GMO 개발에 뛰어든 다국적 기업의 실수가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2010년 마히코는 인도의 학술연구소와 공동으로 6종류의 현지 재래종 가지를 활용해 ‘BT 가지’를 개발했다. 양측의 협업으로 성공한 ‘BT 가지’가 인도에서 개발된 최초의 GMO 식용작물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인도는 유전자변형 작물에 반감이 컸던 상황.
GMO 작물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인도환경지원단체(EGS)는 “몬산토와 마히코가 생물다양성협약을 위반했다”고 기소했다. PIC(사전통보승인)을 발급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인도의 자국법에 따르면 농작물은 ‘코모디티(상품)’에 해당되지 않는다.
몬산토와 마히코가 PIC를 획득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인도의 국내법은 학술적 목적이나 비영리단체가 참여하면 나고야의정서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번 케이스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팩트는 ‘제공자’와 ‘이용자’ 간 분쟁이 있으면 책임은 해당 국가가 져야 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인도 정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직접 나섰다. 명분은 있으나 엄연히 인도의 '갑질'이 분명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주하 책임연구원은 “몬산토와 마히코가 BT 가지 개발에 있어 충분히 주의했고 인도의 자국법을 모두 지켰으나 고소당했다는 분쟁사례의 시사점은 상당하다”며 “몬산토는 PIC 발급 신청이 필요 없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유전자원 제공국의 횡포를 경고했다.
또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면 인도는 물론 개도국이 선진국 식품·의약 기업들의 생물학적 자원을 무단 이용하는 ‘바이오파이러시(Bio-Piracy)’에 얼마나 민감한지, 왜 이와 관련된 규정을 강화하려는 지 알 수 있다.
[Case Ⅱ] 유전자원 무단 반출에 대한 인도의 관점
2015년 인도의 국립공원에서 일본인 2명이 뱀, 거북이를 획득해 반출하려다 적발돼 현행범으로 연행된 사건이 있었다. 인도 정부는 신속히 일간지 ‘The Hindu'에 일본인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 조치했다.
인도는 생물다양성법(2002), 생물다양성규칙(2004)을 제정하고 일찍부터 생물다양성보전과 이용 실시를 강화하면서 견고한 울타리 만들기에 나섰다.. 중국과 함께 나고야의정서를 가장 강력히 적용하는 국가로 손꼽힌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익공유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2014년 ABS 가이드라인(Access and Benefit-Sharing)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ABS 개념은 ‘유전자원이 제공국의 주권적 권리에 속한다’가 핵심이다.
인도의 ABS 가이드라인에는 이용국 조치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단, 유전자원을 이용하려면 국가 또는 해당 주에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익공유 규정 자체가 빡빡하다. 상업적으로 유전자원을 활용하려면 ①국가에 이익공유를 협의하고 연간 총매출액의 0.1~0.5% 범위 내에서 인도에 기탁해야 하며 ②지역 공유를 주장하는 제공자와 해당 주 및 국가에 이익을 공유함은 물론 ③제3자에게 이전할 경우 로열티로 2~5%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 유전자원 자국법 규제를 가장 강경히 준비중인 '중국'
한편 우리나라에서 나고야의정서 발효 후 화장품 업계의 관심이 증폭된 중국도 자국법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제공국의 국내법 중 가장 강력하다. 국가 기금으로 산출되는 이익공유의 범위는 0.5%에서 최대 10%에 달한다.
이미 2017년 3월 ‘생물유전자원접근관리조례(안)’을 공개했고, 4월 의견 수렴을 마쳤다. 이 조례에 따르면 검역, 수출입, 지식재산권 등을 총체적으로 감시하겠다며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현재 ‘점검기관’으로는 국무원을 비롯해 농업, 임업, 해양, 중의약, 교육, 과학기술, 지식재산권 주관 부처, 국가 수출입감독관리 기관, 수출입 검사검역 당국 등 9곳을 훌쩍 넘는다. 6개 기관이 검정기관으로 지정된 우리나라보다 많은 수치다.
특히 중국은 생물유전자원의 유실 방지를 위해 이용자는 반드시 중국 국경 안에서 자국의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도록 조치했다. 해외기관이 중국의 유전자원 접근 및 이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기관과 협력이 필요해졌다. 또 중국인을 실질적으로 연구개발 및 이용에 참여시켜야 한다.
중국에서 생물유전자원을 해외에 반출하려면 PIC을 획득이 꼭 필요하다. 해외반송 증명서를 강화에 나선 중국은 ABS 위반자(신용불량자) 명단을 작성해 전국에 공개할 방침이다.
이 연구관은 “중국과 인도의 유전자원 관련 자국법이 상이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면 기업은 유전자원이 필요한 제공국의 상황을 명확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유전자원 제공국 별 다른 제도 확인은 필수
실제 국내법의 적용범위는 국가별로 제각각이다. 즉, 이 부분을 기업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EU와 스위스, 스페인 등은 나고야의정서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브라질, 인도, 남아공 등이 파생물을 자국법으로 포함시켰다면 일본은 제외시켰다. 특히 브라질과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는 ‘유전자 정보’까지 속하도록 규정했다.
이익공유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브라질=순매출 1% △생물다양성 보존 위한 국가적 이익공유 사용, 프랑스=연 총매출+기타매출 5% 이하 △상업적 목적, 말레이시아=제공자&이용자 협정 △필리핀=제품 총매출 2% 이상 △남아프리카공화국·스위스=제공자&이용자 합의 △베트남=이익의 30%로 자국법을 제정했다.
이쯤에서 유전자원 제공국과 분쟁을 피하기 위한 기업의 자세가 궁금해진다. 나고야의정서 전문가 이주하 연구원은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유전자원 제공국의 법 규정과 행정조치에 대한 사전 조사 및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PIC 발급에 대비하고 MAT(상호합의) 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고야의정서 주요 개념 이해는 물론 각 산업에 맞는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을 향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주하 책임연구원의 나고야의정서 및 제공국 해당 법령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끝)
CNCNEWS=차성준 기자 csj@cn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