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史 바이췌링이 20대의 사랑받는 비결은?

미래 중국 화장품기업, 바이췌링(上) 타깃층 90후 세대가 온라인 매출의 70% 차지
중국 전체 스킨케어 매출액 1위...보고 만지고 소비하는 O2O채널로 변신



중국에는 “배움은 배를 젓는 것과 같다. 배를 젓지 않으면 뒤로 밀려난다”는 속담이 있다. 신뢰와 믿음은 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변함없음은 노를 젓지 않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올해로 설립 87주년을 맞은 바이췌링(Pechoin·百雀羚)이 ‘미래의 중국 화장품기업’이자 글로벌 강자로 주목 받고 있다. 바이췌링이 중국 1위로 올라선 이유는 끝없는 변혁(revolution)+진화(evolution) 때문이다.


바이췌링은 최고(最古)의 중국 전통 한방화장품 회사이자 온라인 매출의 70%를 90후(後)가 구매하는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흔히 노포(老鋪)라고 하면 고루하고, 낡은 이미지인데, 오히려 20세대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바이췌링의 매출액은 177억위안(약 2조 8570억원)으로 중국 부동의 1위다. 바이췌링의 2018년 매출 목표는 230억위안(3조 7557억원)으로, 매출 면에서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매출과 비슷한 규모다.



대한화장품학회 강학희 회장은 “2017년 서울 세계화장품학회(IFSCC)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올해 9월 뮌헨에서 중국 화장품기업 중 바이췌링이 최초로 가입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갖춰가고 있다”며 “회원 수와 논문 수도 급속히 증가해 중국이 5위권 내에 진입이 확실하며, 그 중심에 바이췌링이 있다”고 학회 보고에서 언급했다. 이는 올해 열린 IFSCC에서 바이췌링이 연구 혁신부문 금상을 수상하면서 입증됐다. 


바이췌링의 신기록 행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1월 11일 광군제 행사에서는 30분도 안 돼 억대 위안 매출을 기록하며, 2015년 참여 이래 중국 화장품 부문 4년 연속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바이췌링은 중국 스킨케어 시장에서 2017년 4.5% 점유율로 1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스킨케어 강국인 한국 브랜드를 모두 제쳤다.


바이췌링의 뒤를 이어 글로벌 강자인 메리케이(3.6%)-로레알(3.3%)-Chando(自然堂, 3.1%)-Olay(玉兰油, 2.8%) 순이었다. 매출액 기준 Top 15위 안에 9개가 중국 브랜드였다. 특히 Pechoin(百雀羚), Chando(自然堂), KanS(韩束), Beautrio(萃雅), One Leaf(一叶子) 등 브랜드가 Top 10 안에 자리했으며 매출액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참고로 이니스프리는 1.5%로 16위였다. 상위 24개 기업만이 점유율 1% 이상을 기록했다.


이들 중국 로컬 브랜드는 온·오프라인 융합 마케팅 전략으로 효과를 봤다. 바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티몰과 같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옴니 채널(omni channel)을 구현한 O2O 전략이다.


일반적인 O2O(Online to Offline)는 온라인으로 고객을 모아 오프라인 구매로 유도한다. 하지만 중국식 ‘체험형 O2O(Offline to Online)’는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확인한 후 부착된 QR코드 등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즉 보고 만지고 소비하는 O2O 신유통이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주창한 이래 중국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대표적인 게 2016년에 오픈한 알리바바 O2O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셩(盒马鲜生)’이다.


중국 온라인 시장은 연평균 20%로 고속 성장 중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몰 ‘타오바오’는 8억 개의 SKU가 입점해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수요자들이 화장품, 먹거리, 영유아제품 등 특히 안전과 직결된 소비에서 먼저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소비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췌링의 O2O 마케팅의 배경에는 중국 상무부의 라오쯔하오(老字号) 온라인 발전 전략이 있다. 라오쯔하오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전통 문화배경과 문화소양을 구비한 상품, 기술, 서비스 등의 브랜드를 말한다.


중국 상무부 인증을 받은 라오쯔하오 브랜드는 1128개로 평균 수명은 160년이다. 이 가운데 20% 내외만 지속 발전 중이며, 나머지는 현대화 적응, 치열한 시장경쟁 등에 부딪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이 돌파구로 삼은 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온라인 판매 시도다.


바이췌링은 2010년 티몰에 플래그숍 스토어를 구축하면서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었다. 1인 생방송, 웨이보, 위챗을 활용한 홍보에 집중하며 젊은 소비층 확보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2017년 기준 티몰 화장품 매출 순위 1위로 올라섰으며, 온라인 매출액의 70%를 90후(後)가 구매하는 타깃층 변신이 이뤄졌다.


바이췌링의 변신에는 중국 상무부 발전개혁위원회 등 16개 부서의 ‘라오쯔하오 개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지도의견’이 있었다. 이 계획은 전통기술 계승, 온+오프라인 융합, 경영관리 방식 개혁, 브랜드 가치 제고, 기업소유권 개혁 추진, 자본시장과의 매칭 추진 등 8대 방안이 제시됐다.(한국무역협회 마켓 리포트)


바이췌링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온라인 쇼핑의 주요 사용자인 젊은 층을 위한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신소매(新零售) 전략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1931년 설립 후 2000년에 민간 기업으로 전환한 바이췌링은 단어 그대로 잊혀져가는 노포였을 뿐이다. 어떻게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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