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불량정보 마케팅을 멈춰야 하는 이유!”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 “파라벤 프리(free)+EWG유해도 점수가 대표적 불량정보 마케팅...올바른 정보로 소비자 불신 막고 ‘안전한 K뷰티’ 이미지 확산해야”


최지현은 ‘화장품 불량정보 사냥꾼’이다. 그는 화장품업계에 만연하는 ‘불량정보 마케팅’이 기업-소비자-식약처-과학자 간의 신뢰를 허무는 소모적 논쟁만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 결과는 사회비용 증가와 더불어,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악순환이다.


19일 코엑스에서 열린 ‘뷰티인사이트북(BeautyInsightBook) 콘서트’는 화장품 관련 책을 펴낸 저자들의 영감(insight)을 듬뿍 세례(洗禮)받는 자리였다.(주최: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기존 교재나 미용기술이 아닌, 저자들의 열정과 노력은 침(鍼)이 되어 청중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다. 그중에서 최지현의 ‘화장품 마케팅 속 불량정보’는 봉침(蜂鍼)이었다. 그만큼 따끔하면서 약이 됐다.


최지현은 ”불량정보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툴일 수 있지만 결국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불량정보 마케팅은 ▲파라벤 프리(free) ▲EWG 유해도 점수다. 현재 화장품 마케팅은 무(無)=free가 넘쳐나고 EWG의 그린 색깔만 나열해서 소비자에게 손을 내민다.


최지현은 ”파라벤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보존제다. 그런데 ‘파라벤 프리’ 마케팅으로 소모성 논쟁과 사회적 비용 증가를 가져왔다. 먼저 ①가장 효과적인 보존제를 쓰지 못함에 따라 ②대체 보존제도 안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③짧아진 사용기한과 미생물 억제 효과 부족으로 리스크가 증가했으며 ④비용 증가로 제품 가격 상승 초래 등 부작용이 심해졌다“고 진단한다.


즉 파라벤 대신 대체 보존제(클로페네신 등)의 안전 논란을 불러왔고 이는 화장품 안전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또한 효과도 미심쩍으면서 파라벤 보다 무려 16~18배나 많은 비용 증가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됐다. ‘파라벤 프리’ 논쟁의 폐해다. (관련기사: 파라벤, 오해를 풀자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4082 국제 위해전문가들의 결론은?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4083)


또 다른 폐해가 EWG유해도 점수다. EWG는 환경단체일 뿐이다. “모유에서 수십 종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등의 뉴스를 퍼뜨리며, 그 원인을 모든 화장품과 연결시키는 공포 마케팅으로 성공했다.


그들이 만든 ‘스킨딥 데이터베이스’는 화학물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노랑과 빨강 등급을 부여한다. 과학계가 만든 위해평가 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화학물질의 안전은 독성이 강한 물질의 유무가 아니라 ‘얼마나’ 들어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최지현은 “애초부터 EWG는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 독성정보와 발암정보 등을 모아 화장품 성분에 대입시켰으니 수많은 해석의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소비자는 예민할수록 불만이 높고 의심이 많아진다. 그린등급만 보고 산 소비자가, 녹색 성분인데 피부에 뭐가 나요? 왜 알레르기가 나요? 사용감이 안좋아요? 애기한테 발라도 좋은가요? 등의 질문을 한다”며 “그린등급만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때문에 불량정보 마케팅을 업계가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량정보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가 식품분야의 ‘카제인나트륨’과 ‘맛그린의 MSG’ 논쟁이다. 오랜 기간 수많은 비방과 고발, 소송전 끝에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우유를 내세웠던 남양유업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0% 이하다. 맛그린은 3년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동안 들인 엄청난 마케팅 비용과 소모적 논쟁은 관련 제품의 불신만 확대시켰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소비자 불신은 여전하다.


최지현은 화장품 불량정보 마케팅의 폐해를 4가지로 꼽는다. ▲점점 좁아지는 성분 선택으로 화장품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케모포비아 조장으로 화장품 안전에 대한 불신 증폭 ▲화장품 회사에 대한 반감, 식약처에 대한 불신 ▲과학자를 믿지 않는 등 반과학적 사고 확산 등이 그것이다.


최지현은 “기업이 불량 정보 마케팅을 하게 되면 소비자는 두렵고 오해가 커진다. 따라서 기업은 광고 제작 시 올바른 정보를 담도록 노력해야 하고, 소비자는 화학성분에 대해 마음을 열고 정확히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불량정보는 한쪽의 노력만으로 바로 잡기 어렵다. 기업-소비자-식약처-과학자-전문가가 함께 모여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눈살을 찌푸리는 일부 업체의 불량정보 마케팅에 EWG의 폐해를 뻔히 알면서도 현장에선 아우성만 칠뿐이다. 외려 화장품 성분 불신만 조장, 확대시킴에 따라 옳고 그름이 헷갈릴 지경이다. 그럼에도 누구도 선뜻 자정 캠페인을 벌이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K-뷰티의 어리석은 행보다.


“(판도라는) 손으로 항아리 뚜껑을 열어 모든 슬픔과 악의 원인이 되는 것들을 세상에 흩어지게 했다.” 검증된 안전함을 무시하고 불량정보를 양산하는 ‘판도라 상자’의 봉인을 꽁꽁 묶어야 할 판이다.


화장품비평가 최지현은...

일요신문 외신부, 뉴스위크 한국어판 번역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문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우연히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를 읽고 브랜드와 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성분만으로 화장품을 구입하자는 데 공감, 번역했다고 그는 말한다. 화장품회사의 터무니없는 광고나 근거 없는 미용 정보를 바로 잡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저서로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공저) 등이 있다. 현재 블로그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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