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떠도는 화장품 정보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다. 이른바 불량정보가 독자의 눈과 귀를 막아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한다.
업계에서 꼽는 대표적인 불량정보 온상지가 화해(app), 디렉터파이,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등이다. 불량정보는 ‘케미포비아’를 유포하며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다.
‘화장품의 불량정보 사냥꾼’으로 불리는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 작가가 ‘화생방(화장품을 생각하는 방송)’ 유튜버로 나섰다. 그가 마이크를 잡은 건 성분 정보를 통한 화장품 선별이 매우 잘못된 방식이라는 점 때문이다.
성분 정보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 자체가 잘못된 정보이거나 해석을 잘못하면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EWG 유해도 점수, 20가지 주의 성분, 알레르기 유발 성분, 모공을 막는 성분 등이 그가 꼽는 불량정보다.
최지현 작가는 “그간 쭉 글을 기반으로 활동했으나 영상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글보다 영상이 파워플하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유튜브에서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을 치면 최근 방송 순으로 ‘어독성 테스트의 진실’, ‘임산부와 아기는 향료를 피해야 할까?’, ‘미네랄 오일에 불순물???’, ‘남자에게 남자 화장품이 필요한 이유’ 등 18편이 올라와 있다.
디렉트파이 피현정이 “미네랄오일이 들어있으면 탈락!”을 외치는 이유를 과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천연화장품 회사들이 지어낸 말을 시민단체, 환경단체가 가세하고 피현정이 퍼트린 ‘화장품 판정’의 오류를 짚는다.
최지현 작가는 “피현정 발언이 가장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계속 팩트체크할 예정이다. 미네랄오일에 이어 파라벤도 팩트체크 한다. 두 성분의 팩트를 제대로 알려준다면 성분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EWG,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화해 등에 대한 팩트체크 비판 영상이 잇달아 공개될 예정이다.
“디렉트파이식 화장품 성분 판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아는 분들이라 누군가가 나서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에 속 시원함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다”고 최 작가는 전했다. 내용마다 전문성을 갖췄으면서도 쉬운 설명과 자료는 고개를 주억이게 한다.
최지현 작가는 ‘팩트 체크(fact check)’를 ‘유튜버 데뷔’ 이유로 들었다. ‘화장품 경찰관’으로 불리는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을 사지 마라’를 번역하며 팩트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화장품법은 독성, 유해성, 위해성을 구분한다. 때문에 호르몬 교란, 발암물질, 장기독성, 생식독성을 이유로 특정 성분을 위험하다며, 독성자료의 한 줄짜리 정보를 화장품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최 작가는 “중요한 것은 해를 끼칠 확률(위해성 risk)이지 해를 끼칠 수 있는 능력(유해성 hazard)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화장품은 화학물질의 복합체다. 화장품법은 안전하지 않은 성분은 금지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한 성분은 함량을 제한한다. 그는 "식약처와 과학자들이 각 성분의 위해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평가하는지, 법이 얼마나 촘촘하게 규제를 하는지를 안다면, 앞의 불량정보 생산자들은 부끄러워할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화학제품안전법의 골자는 “모든 살생물 물질과 살생물 제품은 사전에 유해성·위해성을 검증하여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만 시장 유통을 허용하는 사전승인제를 시행한다”고 규정한다.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도 ‘정보 없이는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는 화학물질 관리원칙을 담고 있다. EU의 화학물질관리제도인 REACH는 해당 물질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기업 스스로 입증(등록)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한다. 한마디로 ‘No Data, No Market’이다.
최지현 작가는 “불량정보로 인해 소비자에겐 화장품 쇼핑이 노동이 됐다”며 “성분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고, 불량정보와 전문가 의존에서 벗어나고, 자신에게 필요한 화장품을 스스로 고를 것을 당부드린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근 펴낸 ‘서른 다섯, 다시 화장품을 사러갑니다’에서 최 작가는 화장품 성분표의 올바른 활용법 5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성분표는 나쁜 성분을 걸러내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니라 핵심성분의 구성을 확인한다. 둘째 브랜드의 성격과 제품의 가격을 염두에 두고 탄력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셋째 좋은 효과를 내는 성분을 위주로 공부한다. 넷째 불량정보에 대해 바로 알고 확실한 주관을 세워야 한다. 다섯째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 오히려 향, 점도, 질감, 사용감, 바른 뒤의 피부 느낌 등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등이다.
그럼으로써 “취향으로 즐기고 과학으로 이해하는 화장품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최지현 작가의 생각이다. 화장품 불량정보를 바로 잡아주는 ‘찐’의 등장에 화장품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