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모든 기업은 변화를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1년여, 변화의 ‘실제’와 변화의 ‘인식’에서의 차이는 얼마나 괴리가 있을까?
30여 년 투자와 실물 경제의 매치메이커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한국 L&S 선원규 대표는 이를 “도적이 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 환경변화를 주목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변화에 대한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서문에서 말한다.
저자는 “도적의 등장은 갑작스럽지 않으므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실제적인 변화는 지속적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변화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다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변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라며 트렌드와 패러다임을 구분한다.
그러면서 “주목해야 할 것이 가정의 변화로 ‘가정’이 바뀌면 이전의 잘못된 가정하에서 세운 모든 이론과 계획은 무용지물이 된다. 새로운 이론과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유용한 콘셉트(concept)와 프레임(frame)을 제시하려고 책을 쓰게 됐다”라고 집필 동기를 전한다.
오늘날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은 ‘뉴노멀’이라는 환경변화를 가져왔다. 한때 비정상이었던 사실이 어느새 새로운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사실로 저자는 ▲공급 과잉 사회=수요가 부족한 사회 ▲타임 세이빙(saving) 산업, 타일 킬링(killing) 산업 ▲완전경쟁시장의 역설, 독점 ▲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 ▲재무적 가치에서 ESG 가치로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등을, 수많은 뉴스와 담론 속 ‘가정했던 전제’들이 바뀌었던 변화를 짚어낸다.
궁금한 것은 기업은 사업모델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다. 이 책은 ‘애프터 코로나 비즈니스 4.0’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플랫폼BM과 콘텐츠BM을 비교 분석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콘텐츠의 핏(fit)을 맞춰야 한다”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플랫폼은 시스템과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서비스 사업모델이다. 플랫폼이 그릇을 만든다면 콘텐츠 사업모델은 내용물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랫폼의 성공 비결은 좋은 콘텐츠 확보에 있고 콘텐츠의 성공 비결은 좋은 플랫폼과의 연결에 있다는 면에서 상호 의존관계다. 때문에 저자는 “플랫폼과 콘텐츠가 연결될 때 서로 핏(fit)이 맞아야 한다. 이는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프로토콜(protocol)이 필요한 것과 같다”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미국·유럽의 백화점은 리테일러(소매업자)의 정의에 충실해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매입해서 판매한다. 반면 한국·일본의 백화점은 위탁판매업으로 공간만 제공하고 브랜드가 직영점처럼 상품 재고와 판매 운영관리를 책임을 진다. 이런 거래방식 차이는 대형쇼핑몰, 온·오프라인 플랫폼, 유튜브 플랫폼, AI 맞춤형 검색 플랫폼 등에서 성공확률을 좌우한다.
저자는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기업이 상호 연결되어서 윈윈의 성공적인 연결이 이루어지려면 서로 간의 프로토콜을 잘 이해하고 서로의 거래조건을 잘 맞추어서 사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사업모델(BM) 고민에 빠진 경영자, 전략가, 창업가, 개인들에게 생각해볼 거리와 고민해볼 거리, 토론할 거리를 제공한다. 환경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기업의 4가지 가치 창출 방법을 통해 사업모델 구상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인 선원규 대표는 이랜드 전략기획실에서 13년간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1조 기업을 이루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코오롱FnC, 한섬, 인디에프, 세정, 미니소코리아, 꼬끼오 등에서 전락기획실장·대표를 역임하며 누구보다 기업의 고민을 잘 안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나온 ‘애프터 코로나 비즈니스 4.0, 플랫폼 BM과 콘텐츠 BM의 전쟁’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며 기업 환경변화의 주역은 플랫(flat)화다. 플랫은 평평하다, 고르고 반반하다, 무난하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플랫화의 종착역은 정적이고 균질화된 세계다. 하지만 고인 물은 낡고 언젠가 썩기 마련이다.
바닥에 물을 엎지르면 균등하게 넓게 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뭉치거나 두 갈래로 나뉘거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쪽으로 움직이는 등 유연하게 계속해서 움직인다. 형태도 오래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한다. 바로 리퀴드(liquid)화다.
리퀴드화는 동적이면서 다극적인 세계다. 그래서 불안정하다. 리퀴드화는 지속적인 변화로 불안정하겠지만 그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플랫화가 진행된 세계보다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플랫폼과 콘텐츠의 관계를 잘 말해준다.
저자인 선원규 대표가 플랫폼과 콘텐츠의 핏을 맞추지만 “다시 지식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저자는 ①기획하지 말고 반응하라 ②인재 구조전략 : 전문가 중심 vs 관리자 중심 ③학습조직으로 무장하라 ④인재 양성전략: 디자인 싱킹과 스킬 교육 ⑤학습 조직 구축과 지식경영 등의 처방을 내린다.
요즘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왕국을 구축, 독점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리퀴드화에 대응하지 않고서는 대마라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기업이라면 플랫폼과 콘텐츠의 BM 양면과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선원규 대표는 이 책 사용시점을 “머리가 복잡할 때, 방향을 잃었을 때,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라고 명확히 한다. 그래야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길라잡이’라는 유용성을 발견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거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대응법이 달라져야 하는 시대에 기업관계자에게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사업모델의 실타래를 푸는 일”은 골치 아플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기업 경영자, 실무자, 스타트업이라면 “자기 사업모델의 맥락을 유지하고 방법론을 강구할 때 제반 조건과 조언을 되새김하고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