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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수출, 미국·일본 ‘빨간불’...“K-뷰티는 좋은데 기억나는 브랜드가 없다”

[취재파일] 대 일본 수출 엔저로 하반기 마이너스...미국, “호기심 아닌 재구매 선택할 브랜드가 없다”



화장품 수출의 71%를 차지하는 중국(홍콩 포함), 미국, 일본 수출이 마이너스로 나타나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3개국은 전체 수출액 중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인데 저성장 또는 역성장으로 돌아서며 심상치 않다. 

대한화장품협회가 집계한 1~10월 누적 화장품 수출액은 67.6억달러로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전체 수출액 중 △중국(+홍콩) 수출액은 34.6억달러로 점유율 51.2% △미국 7.1억달러 점유율 10.5% △일본 6.4억달러 점유율 9.5% 등이다. 

전년 대비 증감률을 보면 △중국 -23.4% △홍콩 -33.4% △미국 2% △일본 -0.8%로 미국을 빼곤 모두 역성장했다. 올해 초 큰 폭 상승해 중국을 커버하리라고 기대했던 대 미국과 일본의 수출액이 하반기 들어 감소한 탓이 크다.

10월까지 미국과 일본 모두 5개월씩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은 제5차 한류 붐을 타고 ‘몰빵’이라고 할 기업이 나올 정도로 전력을 기울인 시장이었는데 9, 10월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여, 당혹스럽다. 

미국도 6월 -14.3% 7월 1% 이후 큰 폭 감소하면서 미국 진출기업들이 고전 중임을 드러냈다. 

코트라 미국 뉴욕무역관은 지난 7월, ‘미국 시장 내 K-뷰티가 순항 중’이라는 기사에서 “K-뷰티는 한때 주요 유통업체들이 온·오프라인 매장에 한국 화장품을 모아 진열한 ‘K-뷰티 섹션’을 경쟁적으로 신설할 만큼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그 화제성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소비자들의 높은 호감도와 신뢰도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착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라고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하지만 K-뷰티라고 하면 한번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한국 화장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시대는 저물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라며 “K-뷰티 롱런을 위해선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진출했거나 진출 중, 새로 진입하려는 기업을 보면 대부분 아마존 입점과 동시에 대형 유통채널 입점을 두드리고 있지만 '거기' 까지다. 



북미 컨설팅 전문 ALC21 알렌 정 대표는 “K-뷰티를 처음 접한 사람도 제품 좋아하고 퀄리티에 대해서는 컴플레인이 없다”고 현지의 인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K-뷰티 카테고리로 접근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특별하게 기억하는 브랜드가 없다. 즉 브랜드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어서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라고 브랜딩 비용을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쓰는 제품이어야 하고, 쓰고 느끼고 재구매가 돼야 한다. 공짜로 주더라도 좋으면 돈 주고라도 사게 된다. 이를 유지해야 대박으로 연결 된다“라며 시장조사 → 타깃 설정 → 홍보·마케팅 → 유통채널 진입 등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마스크 착용과 재택근무가 정착되어 수요가 저조한, 코로나 여파와 경제 악화로 인해 저가 제품인 쁘띠프라가 수요를 견인 중이다. (쁘띠프라는 프랑스어 ‘petit’와 영어 ‘price'가 결합한 말로 ’싸고 좋은 것‘이라는 뜻. 싸고 퀄리티가 높은 가성비 높은 화장품을 의미한다)

일본 소비자들은 각자의 경제력, 다양한 채널, 라이프 스타일, 선호도에 따라 화장품을 구매한다. 쁘띠프라는 10대에게 인기 높은데 주로 한국산 인기가 높다. 그런데 K-뷰티에 암초가 생겼다. 바로 일본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다. 저가 제품에 엔하 절하는 K-뷰티에겐 타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168억달러(22조원)가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 전문가는 기업들이 엔저로 인한 환차손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달러 강세로 미국 수출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일본은 팔수록 마진도 적고 손해가 날 걱정이라는 전언이다. 

실제 엔화(100엔)는 1069원(3월 2일)을 정점으로 하락, 934원(11월 9일)을 저점으로 엔저 현상이 진행 중이다. 무려 135원 차이가 난다. 하반기 일본 수출액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가 엔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일본시장 동향(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9호)에서 “현지 전문가는 K-뷰티를 선호하는 소비층이 확실하지만 대부분은 한때 유행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K-Beauty'만 있고 브랜드가 없다는 뼈아픈 지적은 미국과 일본 공통 과제다. 환율 변동으로 인해 미국과 일본 시장의 명암도 엇갈렸다. 

다만 통계와 상관 없이 전세계적인 화장품 소비 위축이 감지된다. 코로나 시기 큰 폭 감소했던 2020년에 비해 2021년 통계치가 기저효과로  과대 계상되면서 현재의 어려움이 잘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2023년은 K-뷰티의 도약과 침체의 기로에 선 첫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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