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는 온 가족들이 이미 와 있었다. 어머니는 산소호흡기를 끼고 의식을 못 차리고 계셨다. 순간 왈칵 가슴이 치밀어 오르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복막투석을 한 것이 복막염을 일으켜서 몸에 독소들이 쫙 퍼져서 그렇데. 일단 독소를 제거하고..., 근데 더 이상 투석을 못할지도 모른다는데, 어떡하면 좋으니?” 누나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일단 기다려 봐야지. 조금만 기다려 보자.” 신팀장은 오히려 누나를 위로해 주며 다시 한번 억지로 마음을 가다듬었는데, 어쩌면 이 말은 누나가 아니라 그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오랜 당뇨에 심장병까지 있어 수술도 어려워 의사도 어쩌지를 못하고, 단지 가장 최악의 상태를 막아보는 방법뿐이 없었다. 신팀장은 그날 밤새 병실을 지켰지만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지를 못하자, 결국 아침이 되어 그저 피곤한 몸을 간신히 이끌고 회사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비몽사몽에 어찌어찌 하루를 보내고 병실을 다시 찾았을 때는 다행히 어머니가 깨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의식이 없었을 때가 더 좋았을 정도로 목에 연결한 호스로 피를 토하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계셨다. “어찌 된거야?”
“이번 모델 선발 대회는 대행사에게만 맡겨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이 모여 있는 6월 월간회의 석상에서 신팀장은 모델 선발 대회의 목적과 실행계획을 설명한 후, 최후의 변론을 하는 변호사의 심정처럼 경영진을 향해 간곡히 말을 하였다. “이 일은 또한 마케팅부문의 일개 팀인 M&C팀 하나 만의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C의 성공은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리회사의 사활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모델 대회를 계기로 전 직원이 동참하는 전사적인 캠페인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총무, 회계 부서의 한 사람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모두가 참가해서 회사의 소속감도 고취시키고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에 조금이나마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도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 어떻게 참여시킨다는 것인가?”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있던 대표이사가 자리를 고쳐 앉으며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네, 사장님! 저는 대학생 모델 선발대회 홍보를 위해 전 직원이 여러 대학교 인근이나 직장인들이 많이 오는 거리에 나가서 홍보 전단지를 나눠 주는 행사를 했으면 합니다. 직원 마다 사는 집이 다를 테니
“그래 맞아. 바로 36계에서 말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다." 아니나 다를까, 매번 상황마다 딱 들어맞는 신팀장의 고사성어가 드디어 나오자, 사람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향해 소리치고 난리법석을 떨어도 사실은 서쪽을 공격하는 것이지. 우리는 일반인 모델을 뽑는다고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하며, 광고, 홍보에 각종 프로모션도 하는 거야.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모델을 뽑는 그 자체가 아니라, 아직 화장품으로서 잘 알려지지 않은 M&C를 론칭 전에 소비자들에게 크게 인식시키고, 영업부에서 만나는 점장들의 기대감도 부풀리게 하여 미리 점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포스터도 붙이고 인터넷과 신문에 기사도 내고, 이벤트에 대한 광고도 하여, 마치 수퍼모델 선발대회처럼 대대적인 행사를 하는 거야. 5월에 광고 홍보를 하여 모델후보들을 모집하고, 6월에 카메라 테스트 등의 예선전을 치르며 한번 더 각종 매체에 홍보를 하여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하는 거야. 그리고 마침내 7월에 대규모 본선 행사를 벌여서 모델을 뽑으며, 또 다시 그 결과를 계속 인터넷과 매체에 홍보를 하여, 9월에 1호점을 론
슈퍼볼 경기를 모여서 즐기고 있는 해외 파병 미군 장병들이 비쳐지며, 누군가 이들 중 3명을 따로 불러내 어떤 부스 안으로 안내합니다. 갑자기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360도 가상현실 공간에 슈퍼볼 경기장 모습과 미국에 있는 그들의 가족 모습이 나타납니다. 가상현실 속에서 장병들은 가족들과 함께 슈퍼볼을 관람할 수 있게 되고 장병들이 기뻐하는 모습들로 영상은 그렇게 마무리 됩니다. 가족들 간의 깜짝 재회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다들 감동하고 가슴 뭉클한 경험을 하게 되죠.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2017년) 현대자동차 광고에 등장한 파병 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광고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상에서 현대자동차의 자동차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상품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여 기업을 광고하기 보다는 미국적 정서인 ‘가족애와 애국심’을 소재로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포인트를 줬습니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로 인하여 대중적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가족(Family)’ 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가 아마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의 소중함이나 가족의
여드름 고민 많던 29세 청년이 일약 K-코스메틱 아이콘(우상)으로 떠올랐다.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이유는 ‘차이'(difference)를 만들어내는 청년 스타트업 CEO이기 때문이다. 팜스킨 곽태일 대표(29)가 빚어내는 차이는 △소재 △브랜드스토리 △경로의존성에서 유독 돋보인다. 곽태일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이 ‘팜스킨’의 제품을 접한 소감을 모아보면 △‘초유’라는 소재가 신선하다 △패키지가 직관적이며 예쁘다 △브랜드 스토리가 좋다 등의 호평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팜스킨의 초유 앰플·크림·미스트·마스크팩은 ‘초유’의 독특함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 ‘차이’를 만들어내는 K-코스메틱의 아이콘 돼지농장을 운영한 부모 밑에서 자란 곽 대표는 파충류를 제외한 모든 동물을 좋아하는 마니아다. 그러다 보니 대학 진학도 자연스레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를 지원했고, 현재도 석사과정 중인 대학원생이다. 그가 ‘초유’에 빠진 이유는 우연한 발견(serendipity)에서 비롯된다. 연수 차 독일 농가 방문 당시 초유로 직접 만든 크림을 바른 농부의 희고 고운 손을 목격하면서부터다. 농부의 거친 손을 연상했는데, 어려서부터 민감한 여드름성 피부로 순하고 건강한
이미 여러 잔이 오가는 동안 눈이 반쯤 감긴 팀원들을 보고 미용연구팀 정대리가 최근에 새로 입사한 영업지원팀의 김우진을 데리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니, 이게 뭡니까? 우리들은 뼈빠지게 일하는 동안, 팔자 좋게 술이나 마시고 있어도 되는 거에요?” 그녀는 항상 부럽다는 표현을 핀잔 섞인 투덜거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입버릇처럼 된지 오래였다.“우리도 논 거 아냐. 지금까지 얼마나 열띤 회의를 했는데? 아무튼 우리가 낸 지금까지의 아이디어를 설명할 테니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의견을 좀 더 줘봐.” “어~? 우진이도 함께 왔구나. 어서 와~. 너도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함께 오라고 불렀다. 그런데 윤희씨, 성준이는 안 온데?” 신팀장은 박성준에게 전화했던 조윤희를 바라 보았지만, 조윤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가로 저을 뿐이었다. 조윤희 혼자 마케팅에 합류한 이후 신팀장과 박성준은 더욱 거리가 멀어져서, 신팀장이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전화를 받으려고 하질 않았다. 신팀장은 박성준에 대해서 항상 마음이 마냥 무겁기만 하였다. 이때 정대리가 항의하듯 말했다. “너무 부려 먹으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도 일단 맥주 한잔부터 합시다.” 신팀장은 얼
“민이사님, 도저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전화도 많이 오고 사람들도 쉼 없이 찾아와서, 도저히 팀원들이랑 차분히 미팅하기도 힘듭니다. 저희 팀에게 반나절의 자유를 주셨으면 합니다.” 파리에서 돌아온 지 이주일이 지났지만, 신팀장은 아직도 어떻게 해야 제품도 나오기 전에 미리 브랜드숍을 하겠다는 점장들을 확보할 수 있을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스러웠다. 뭐 좀 일하다 보면 뚝딱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왜 이리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지, 그는 급기야 초조해지기 까지 했다. 그래서 그는 큰 마음을 먹고 민이사를 찾아갔다. “자유라니? 무슨 말인가?” “지금부터 팀원들을 데리고 사무실을 떠나 휴대폰도 꺼놓고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마음으로 미팅을 하고 오겠습니다.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하겠습니다. 장소도 묻지 말아주세요. 내일 아침에는 정상 출근하겠습니다.” “다른 팀들도 있는데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네! 그렇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일주일을 더 보낼 수는 없습니다.” 민이사는 내심 ‘요놈 봐라’ 하며, 대리팀장이 확실히 당돌하다고 생각 하다가도
오후가 되어 어느 정도 숙취가 가신 신팀장은 다시 예전의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제품의 콘셉트부터 최종 디자인까지 두 시간에 걸쳐 설명을 마치자 슬쩍 영업 쪽에 화두를 던졌다. “이 사업의 성공여부는 뭐니뭐니 해도 새롭게 만들어지는 브랜드숍을 빠른 시일 내에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품이 출시되고 1호점이 오픈하면 사업설명회를 통해 바로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쫙 깔아 나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미리미리 우수한 화장품전문점들 중에서 프랜차이즈 후보점들을 리스트하고, 우리와 거래할 점주들과 사전협의를 해야겠죠.” “그런데 제품도 없이 디자인 사진 몇 장만 가지고 어떻게 점주들과 상담을 하죠?” 부산지역 문지점장이 질문하였다. 신팀장도 이것이 가장 큰 풀리지 않는 고민인지라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았다. “맞습니다. 어려운 일이죠. 그러니 여러분들 같은 베테랑들을 벌써부터 미리 뽑은 것 아니겠습니까? 마케팅에서도 좋은 안을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또한 M&C 브랜드숍에서는 철저하게 가격할인을 하지 않는 정가제를 실시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요즘처럼 화장품 가격이 무너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