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한국산 화장품의 소비를 제어하는 동시에 자국내 시스템 정비에 나선 것은 교묘해진 ‘무역장성’을 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화장품의 내수 소비 증가, 원정 관광 등의 제반 문제가 불거지자 국내산업 보호와 수입 화장품 추적 조사, 세금 부과 등 제반 정책 정비를 위한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 중국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묘하면서 다양한 지원책도 펼치고 있어 중국 시장 내 로컬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기업가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질문이 “중국은 시장경제인가 아닌가?”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5년이 흘렀지만 미국‧일본‧유럽(EU)로부터 ‘시장경제국’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 이들 국가들은 중국의 집요한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관세 장벽을 비롯한 서방의 무역제한조치를 계속 적용받게 됐다.
이는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경제 왜곡을 불러온 결과다. 중국이 선전하는 시장개방 조치도 대부분 시늉에 불과하다. 중국인의 해외 송금은 위안화 안정을 이유로 연간 최고 5만 달러에 묶여 있다. 최근에는 도이치방크 등 중국 주재 외국 기업의 본국 송금까지 제한했다.
이런 배경은 중국의 정책시(政策市) 특성에서 나온다. 정책시란 시장이 국가정책의 방향에 따라 크게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대표적인데, 작년에 발표한 내수 소비시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2017년 ‘중국 경제 전망’(소비·투자·수출)을 보면 소비의 경우 소비재 판매 증가 속도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취업 상황 부진과 임금 상승 속도 하락 등으로 민간소비증가율이 큰 폭으로 늘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의 거시경제는 투자와 수출 중심의 고도성장에서 소비 중심의 안정적 성장으로 패러다음을 바꾸고 있다. 교역과 투자는 둔화되는 양상인 반면 소비는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즉 중국은 수출로서는 경제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국내 소비 진작 및 해외 소비분의 국내환류(U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3분기 기준 소비의 성장기여도는 71.0%까지 올랐다. 2015년 66.4%, 2013년의 48.2%에 비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며 중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작년 11월 ‘소비신정책’을 발표한 이유다. 이 정책은 10대 분야 35개 세부 소비확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공급체계 개선 ▲관련 표준 및 인증 강화 ▲각종 관리 감독이다.
공급 체계 개선은 중국 내 공급체계 수준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련 표준 및 인증 강화는 인증체계 정비를 통해 시장관리 감독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재 표준‧인증‧관리감독과 관련된 중국 국가질검총국‧식약품감독관리총국(CFDA)‧상무부‧공업신식화부 등 관련 중앙부처의 정책 발표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상해시 푸동 신지구를 통한 등록제는 수입화장품의 추적 조사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그 뜻이 있다. 또 2017년 3월 1일부터 시행된 ‘수입화장품 국내 수화인 등록, 수입기록 및 판매기록 관리규정’(2016. 8. 15 발표)은 수입화장품의 근원 추적 관리를 더욱 규율화하고 수입화장품의 품질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중국의 내수진작책 및 소비유턴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중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따른 한국 기업 영향 ▲면세점 선호품목 수요 감소 ▲인기 소비재의 국산품 대체(수입대체) 등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중국 내수시장 규모 확대와 질적 업그레이드는 ‘화장품 수출에 더욱 큰 기회’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화장품은 소비세 인하와 수입관세 인하 등 영향으로 중국의 대한국 화장품 수입이 전년 동기(2016년 1~10월 누계) 대비 56.7% 급증한 바 있다.
그렇지만 향후 중국 소비자들의 ‘이성적 소비 패턴’은 내수진작책과 더불어 중국 소비시장 판도를 바꾸는 요소가 될 것이다.
‘명품은 어떤 국경도 넘는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K뷰티가 잠시 주춤해진 지금이 중국의 내수진작책을 호기로 만들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