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한국산 화장품’ 혼수로 받으면 일등 신랑

북한에서 한국산 화장품 인기...남조선 삐야(비비크림) 없어서 못 팔 정도
스킨-나이트크림 화장문화 정착

북한에서 한국산 화장품 인기는 일본, 미국, 유럽의 화장품과 비교해도 최고로 인기다. 아무래도 피부 체질이 유사한 한국 사람에 맞게 개발된 한국산 화장품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남성욱·채수란·이가영 지음)에서 ‘북한에서 한국산 화장품 인기’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한다.




#1 '남조선 삐야' 애용, 동남아시아 화장품=한국산 화장품


북한에 한국산 화장품이 들어가게 된 시점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한의 각종 물자가 북한으로 지원되면서부터다. 이때 비비크림을 지칭하는 ‘남조선의 삐야’를 비롯한 한국산 화장품이 애용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북한 고위층과 부유층 여성들 사이에서 삐야가 인기를 끌었고, 드라마와 영화 등이 몰래 전파되면서 주인공의 얼굴을 흉내 내기 위해 빠르게 확산됐다.


북한의 기후는 남한보다 자외선 강도가 높고 북서풍의 찬바람으로 피부가 검게 따고 거칠어지기 쉽다. 이 때문에 남한의 비비크림이 얼굴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소문이 북한 여성 사이에 퍼지면서 가격이 무척 비싸지만 암시장인 장마당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포함된 삐야를 바르면 살이 잘 안 타며 잡티를 확실하게 가려주기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은 한국산이나 미국산 삐야를 애용한다. 또한 남한의 샴푸와 비누, 모발 및 목용용품 역시 부유층이 자주 찾는다.


북한 여성들도 세안 후에는 살결물(스킨), 자기 전엔 밤크림(나이트크림)을 바르는 화장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은 장마당에서 포장상자나 용기에 한국산 상표나 표기가 제거되거나 지워진 채로 유통된다. 판매자가 적발되면 화장품을 몰수하거나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위장거래로만 이뤄진다. 한국산 제품 가격은 중국산이나 북한산과 비료해서 2~3배 비싸다.


연변이나 심양 등지에서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거나, ‘동남아시아 화장품’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은어이기 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은 한국산으로 인식하고 구매한다. 제품 포장 상자에는 영어로 적혀있지만 상자 안에는 한글로 된 사용설명서가 들어 있다.


유통업자들은 당국의 통제를 피하기 위해 세관 통과 시에는 사용설명서를 넣지 않고, 시장에서 판매할 때만 설명서를 넣는다.


북한 여성들은 한국산을 지칭하는 동남아시아 화장품이 향기는 물론 미백 효과가 좋고 장마당에서 통제도 받지 않아 판매율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먹는 돈은 아껴도 화장품은 좋은 것을 써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산 화장품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2 리설주 애용 화장품은 설화수


또 북한 고위층 부인들에게 제공하는 뇌물이나 선물, 결혼 예물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다. 한국산 스킨, 로션과 같은 기초화장품은 북한 화폐로 18만원이지만 북한에서 세트로 파는 최고급 제품인 은하수 화장품은 13만원으로 한국산 화장품의 가격이 매우 높은 편이다. 신부가 신랑 측에 한국산 화장품을 혼수로 요구하거나, 선물로 주고받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북한 중개상들은 중국 거래 상인들에게 한문 이름이 적힌 한국 화장품은 빼고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한문으로 제품명이 표기된 화장품은 중국산인지 한국산인지 구별이 잘 안돼 인기가 없다는 것. 중국산은 짝퉁이 대부분이라 평가가 좋지 않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기 전에는 한국 입주업체가 선물한 한국산 화장품이 평양 고위 간부들에게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에서 리설주가 애용한다는 화장품이 설화수다.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라네즈, 헤라 등이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다. 한국산 화장품 단속이 강화되면서 장사꾼들이 집에서 일대일로 거래하거나 안면이 있는 주민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개인 간의 방문 판매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화장품은 지속적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부작용을 우려해 개인 취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품목이다. 이 때문에 한번 사용해본 북한 여성이라면 비싸더라도 한국산 화장품을 구매하려고 한다는 것. 평양 역전이나 통일거리 시장의 일정한 장소에서 “다른 화장품은 없습니까“라는 말로 한국산 화장품을 찾고 이를 눈치 챈 장사꾼들은 화장품 암시장으로 안내한다고 한다.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한국산 화장품이 수혜 품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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