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기업들의 사드 보복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연말 증권가의 희망 섞인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은 충격적인 수치여서 과연 2018년 U자형 반등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해졌다. 반전을 확실하게 이끌어줄 중국 관광객 입국자 수도 작년 11월의 현상 유지에 머물러, 상반기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12일까지 공시한 화장품 기업 16개 중 2017년 영업이익 감소 폭이 30%를 넘어선 화장품 상장사는 12개사에 달했다. 적자전환 화장품 기업이 5개사, 30% 이상 감소한 기업이 7개사였다.
영업이익 적자 전환 기업은 △제닉 -79억원 △글로본 -69억원 △세화피앤씨 -25억원(당기순이익) △토니모리 -19억원 △아우딘퓨쳐스 -5억원 등이었다. 이중 글로본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30% 이상 영업이익 감소 화장품 기업은 △리더스코스메틱 -79.3% △연우 -63.8% △클리오 -57.7% △한국화장품제조 -53.8% △한국화장품 51.7% △잇츠한불 -50.4% △코리아나화장품 -39.7% 등이었다.
이중 매출액 감소를 기록한 화장품 기업은 10개사였다. △글로본 -52.4% △제닉 -27.86% △리더스코스메틱 -25.4% △잇츠한불 -24.6% △토니모리 -11.75% △아우딘퓨쳐스 -10.2% △한국화장품 -5.9% △연우 -2.2% △코리아나화장품 -0.9% 순으로 매출액 감소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세화피앤씨는 국내외 거래처 다변화에 따른 생산물량, 판매량 증가로 인해 매출액이 13.45% 증가했으나, 광고비, 판촉비 증가와 합병상장으로 인한 비용(41억원) 발생을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중 9개사가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 변동 원인으로 △사드 이슈로 인한 매출액 감소 △중국시장 영업환경 악화 △사드 이슈로 주요 상권 매출 감소 △통관 규제 심화 및 관광객 감소에 따른 중국향 매출 감소 등 때문이라고 밝혀 사드 피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아우딘퓨처스는 ODM 매출 감소, 신규 사업 생산시설 증축 및 인력확보 등 고정비 증가를 원인으로 들었다. 작년 7월 상장을 위한 공모 당시 아우딘퓨쳐스는 “중국 매출이 10% 미만으로 사드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밝혔으나 작년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ODM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나는 매출 감소 및 원가상승을, 연우는 화장품 업황 부진 및 투자지속에 따른 매출액 및 수익 감소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작년에 고전한 화장품기업들은 2018년 회복을 긍정적으로 봤다. 증권가도 회복에 방점을 찍는 전망을 내놓았다.
잇츠한불은 2017년 4분기 연결 영업이익 회복세가 주효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중국향 유통채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1% 상승세를 보고 연결매출액 3202억원(+30%, YoY), 영업이익 809억원(+80, YoY)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클리오에 대해 “글로벌 진출 확대로 클리오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2018년 매출액 2506억원, 영업이익 263억원으로 전망했다. 2017년보다 각각 39.4%, 141.6% 높은 수치다.
제닉의 올해 매출 개선을 예상한 대신증권은 “올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886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 해 6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투자는 연우의 2017년 4분기 부진을 “일시적 비용 증가 영향”으로 보고 올해 영업이익을 196억원으로 관측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한 수치다.
또 자사의 비전을 공시를 통해 밝히며 주주에게 적극 어필하는 전략도 눈에 띈다. 토니모리는 8일 공시를 통해 2018년 매출 전망을 전년 대비 16% 늘어난 2382억원으로 밝히며 “전년 영업적자에서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고 비전을 내비쳤다.
아우딘퓨쳐스도 “올해 ODM 부문 회복이 기대되고 중국‧미국 등 해외 추가 성과가 예상돼 실적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1월 31일 “중국 메이더(상해) 무역유한공사(OROSA)와 214억3000만원 규모 화장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글로본의 1월 31일 종가기준 주가는 가격제한폭인 29.97%까지 상승했다.
세화피앤씨 역시 자체 브랜드 ‘모래오’가 작년 5월 중동시장 진출 이후 8개월 만에 수출 규모가 20배 커졌다는 소식을 전했고 1월 22일부터 26일 사이 주가가 91.62% 수직 상승한 바 있다.
2017년 사드 이슈는 화장품업계를 강타했다. 적잖은 기업이 30% 이상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 또는 적자전환이라는 쓴맛을 봤다. 2018년 회복이 긍정적이라는 전망에도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중국 관광객 입국자 수 변동이 적고 △중국 소비시장 둔화 △H&B 등 국내 경쟁 격화 △매출액 부진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연구원은 “한한령 해제가 산동·북경 이외 지역 확대로 가시화되지 않는 한 U자형 회복은 쉽지 않다”며 “정치적 이슈는 한중 양국 모두 부담으로 결국 해제가 될 것이므로 화장품기업들은 차제에 중국진출 전략을 재정비하고 체질을 강화하는 등의 모멘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