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의 미래와 한류를 망가트리는 회사들에 대한 인터뷰를 원하시는 기자분 혹시 계실지요? 잘은 모르지만, 현재 관점에서 솔직하게 얘기해 보고 싶네요. 다양한 카피캣과 모조품, 그리고 악순환, 선진국의 방식에 대해서도…”
이 글은 한 브랜드사 대표가 카톡에 올린 내용이다. 대표는 이후 말문을 닫았다.
카피캣(copycat) 또는 미투가 K-뷰티 위기론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베끼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르지만, 한국 화장품산업에 만연된 그릇된 행태를 해외 업체들이 그대로 따라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본지가 보도한 조성선 SD생명공학 유럽지사장의 인터뷰 기사다.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3617)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업계 반응은 뜨거웠다. 조회수는 물론 페이스북 등 댓글엔 ‘K-뷰티의 고질병’이란 내용이 많았다.
8월 7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주임연구원이 ‘글로벌 시장분석: K-뷰티 ’미투(Me Too)’의 범람 위기‘란 글을 배포했다. 그는 다년간 글로벌 화장품시장의 동향과 분석 기사를 담은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를 담당, 배포하고 있다.
손 연구원은 “연일 미투(me too)가 화두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오랜 기간 짝퉁과 미투 제품으로 몸살을 앓아온 우리 화장품산업이 K-뷰티의 글로벌화를 위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시기가 되었다”며 “CNCNEWS에 게재된 조성선 유럽지사장의 기사에서 ’유럽의 마스크팩 시장이 현지 글로벌 브랜드와 PB(Private Brand)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하반기 유럽시장 조사 때 일화를 소개했다. 프랑스 매장에서 국내 유명 제조사의 ‘메이드 인 코리아’가 반가우면서도 익숙한 브랜드 대신 Sephora라고 찍힌 제품을 기억해냈다. 유럽의 마스크팩 제품과 다수의 PB 제품은 국내에서 만들어 공급하기 때문에 제품 컨셉이나 주원료, 다지인 등 국내 유명 제품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손 연구원은 “이런 현상이 K-뷰티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훼손해 파급력을 낮춘다”고 했다. 시장에서 선(先) 인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보수적인 유럽시장에서 먼저 인지된 제품 이후에 들어온 브랜드나 제품 홍보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 그 이유로 유럽은 90% 이상 오프라인 유통시장이어서 후발주자가 시장 전체에 임팩트를 주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마스크팩은 유럽에선 새로운 품목이어서 기존 시장 유행 제품을 카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데, “시중 판매 또는 전시회에서 확인된 제품의 제작을 요구받거나, 제안 받는 경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손성민 연구원은 “어느 브랜드나 제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해당 제품 주원료, 디자인, 컨셉, 마케팅까지 유사하게 따라하는 제품이 심심찮게 조사된다”며 “이같은 사례는 제품 개발자의 노력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 매출과 이미지에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처럼 보수적이며 까다로운 소비시장에서 K-뷰티 인기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시장 교란으로 한국 화장품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국내 업계의 자성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