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포스트차이나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화장품 종주국에 제품력과 가성비를 앞세우거나 로드숍을 진출하는 등의 사례가 늘고 있어 K-뷰티의 글로벌 가속화가 전망된다.
유럽의 뷰티 유통전문가는 “중국과 달리 유럽에서 ‘한류’는 화장품 매출과 크게 연결돼있지 않다”며 “오히려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제품력’과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14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6% 성장했다. 3월 유럽(75.9%)과 미국(31.4%)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중국(32%)을 넘어섰거나 비슷한 정도로 두각을 보였다.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은 3월 1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중국·일본 등 기존 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유럽 신규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LG생활건강 빌리프는 3월 프랑스 세포라 매장에 입점했는데 올해 상반기 내 미국 세포라 100곳에 빌리프 추가 입점을 준비 중이다.
연평균 700% 수출 성장세를 보이는 ‘아리얼(Ariul)’의 주력 아이템은 세븐데이즈 마스크, 세븐데이즈 비타민 미스트, 스트레스 릴리빙 퓨어풀 클렌징 폼.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미 미국 1위 드럭스토어 CVS 5000여 매장과 MACY’S 백화점에 입점했고 프랑스 쁘렝땅 백화점 단독 매대, 일본 3대 버라이어티 숍과 최대 규모의 드럭스토어 등에서 저력을 보이고 있다. 또 영국 옥스포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황실백화점 ‘셀프리즈’ 입점도 계획돼있다.
아리얼 관계자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시장은 제품력과 친환경적인 기업 철학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며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세븐데이즈 마스크’로 브랜드의 이미지와 제품력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는데 아리얼의 다른 제품으로 구매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유럽 동부 국가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있는 대형몰에 이달 초 입점했다. 현재 에이블씨엔씨는 세계 40개국 3300여 매장에서 미샤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동유럽 지역에는 벨라루스·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러시아 등 5개 국가에 진출해있다.
또 2015년 출시한 M매직쿠션이 일본 현지에서 작년 11월 누적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했다. 아직까지 파운데이션을 고집하는 일본에서 ‘쿠션’의 성공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미샤 관계자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일본에 M매직쿠션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선보였는데 사용자들이 SNS에 후기를 올리면서 일본 열도에 ‘쿠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M매직쿠션의 성공으로 다른 제품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내 미샤 제품 판매처는 작년 말 1만여 곳을 돌파했다.
잇츠한불은 3월 9일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잇츠스킨을 일본 유명 편집숍 ‘niko and …’에 입점 완료했다. 향후 ‘niko and …’의 10개 매장 ‘K-뷰티존’에 추가 입점을 준비 중이다.
방탄소년단을 전속모델로 앞세운 VT코스메틱은 3월 15일 일본 신오쿠보에 로드숍을 개장하면서 오픈을 기념해 ‘VT X BTS 점보 칫솔 세트’를 처음 선보였다. 이번 칫솔 세트는 개점 이틀째 초도 물량이 품절됐을 정도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마몽드는 미국 전역에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얼타’ 약 200개 매장에 입점했다. 최근 호주 멜버른에 법인을 설립하고 라네즈를 세포라에 선보였다. 이니스프리는 3월 도쿄 오모테산도에 일본 1호점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2018년 글로벌 확산을 위해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클리오는 2018년 상반기 미국 CVS에 ‘페리페라’의 2000여 매장 입점을 계획하고 있다. 페리페라의 성장세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분석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 ‘터치인솔(touchinSOL)’은 국내 색조브랜드 최초로 미국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에 입점하고 현재 전 세계 14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터치인솔 메탈리스트’는 미국 세포라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출시 3일 만에 리오더 됐다.
화장품 상장사 대부분이 작년 실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원인은 사드 이슈로 인한 매출액 감소 중국 관광객 감소에 따른 면세채널과 관광 상권 매출 하락이다. 또 브랜드숍은 H&B스토어와의 경쟁 심화도 이유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기업에게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 매출은 현재를 유지하면서 유럽, 미국, 일본 등의 국가에 수출을 늘리는 것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생존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